24.10.08 20:52최종 업데이트 24.10.08 20:53
  • 본문듣기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활동가들이 2023년 6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자료를 수령하고 있다. ⓒ 이희훈


2020년 10월 필자가 대검찰청을 상대로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소송 1심을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대검찰청은 자신들이 쓴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를 자신들은 갖고 있지 않다면서, '감사원이 자료를 갖고 있을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한다.

2017년 7월~ 8월 감사원이 법무부 특수활동비(그 안에 검찰 특수활동비도 포함되어 있다) 집행실태를 점검했는데, 그 당시에 법무부가 자료제출을 했을 것이기 때문에 감사원이 자료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본인들이 쓴 예산과 관련된 자료를 '본인들은 갖고 있지 않고 감사원이 갖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었지만, 실제로 대검찰청은 감사원에 대해 문서송부촉탁 신청을 한다. 감사원이 갖고 있는 자료를 법원에 제출해 달라는 것이었다.

감사원에는 검찰 특활비 자료가 없다?

감사원으로부터 온 회신 ⓒ 하승수


그런데 감사원으로부터 온 답변은 더 황당했다.

검찰은 감사원에 자료가 있을 것이라면서 문서송부촉탁 신청을 했는데, 감사원은 '우리 원에 해당 사항은 존재하지 않으며, 해당 자료는 소관기관(법무부 및 검찰청)에 요청하여야 함을 알려드립니다'라고 회신을 한 것이다.

결국 검찰은 감사원에 제대로 확인도 해 보지 않고 문서송부촉탁신청을 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또 다른 의문도 들었다. 감사원이 실제로 특수활동비 집행실태 점검을 제대로 했다면, 최소한의 자료는 감사원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왜 감사원은 자료가 없다고 할까?' 라는 의문이었다.

그렇다면 감사원은 검찰 특수활동비를 포함한 법무부 특수활동비에 대해 제대로 점검을 하지 못했다는 것인가?

감사원은 도대체 무엇을 감사한 것인가

그 후 필자는 대법원까지 승소해서 2023년 6월 23일 대검찰청으로부터 자료를 공개받았다. 자료를 받고 보니 '특수활동비 자료는 부존재'한다고 주장하던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 무려 6805쪽의 자료가 존재하고 있었다. 검찰은 법원에서도 허위주장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숱한 불법과 세금·오남용 사례가 드러났다. 심지어 자료를 불법폐기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렇다면 감사원은 2017년 특수활동비 집행실태를 점검하면서 도대체 무슨 자료를 본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더구나 2017년 당시 특수활동비 집행실태 점검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이었다. 2017년 4월에 있었던 '검찰 돈봉투 만찬 사건' 등 특수활동비의 엉터리 집행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사원이 얼마나 부실하게 점검을 했길래, 검찰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불법과 지침위반 등을 전혀 적발하지 못했던 것일까?

감사원도 특활비 오·남용 카르텔 안에 있어

최재형 감사원장이 2020년 11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필자는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자료를 찾아보던 중, 2020년 11월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을 보게 되었다. 당시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특수활동비 사용문제가 쟁점으로 되어 있었던 때였다. 그리고 최재형 당시 감사원장이 여기에 대해 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재형 감사원장은 "저희들이 현장에 가서도 그 지출한 내역을 일일이 다 확인하지는 않는 걸로 알고 있고요"라고 답을 한다. 감사원이 특수활동비 관련 감사나 점검을 할 때, 지출내역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지출내역과 증빙서류도 확인하지 않는 감사나 점검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렇게 부실하게 감사·점검을 했으니,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불법과 지침위반, 세금오·남용이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데도, 감사원이 이를 전혀 적발하지 못했던 것이다.

2020년 11월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 국회


이 뿐만이 아니다. 감사원도 특수활동비를 사용한다. 그런데 감사원은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이나 지출증빙서류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이 정보공개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5월 24일 1심에서는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감사원이 항소해서 현재 2심이 진행 중에 있다.

다른 기관을 감사해야 하는 감사원이 스스로의 특수활동비도 공개하지 못하고 있으니, 다른 기관의 특수활동비 지출을 둘러싼 위법이나 세금오·남용을 제대로 감사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검찰 특수활동비 뿐만 아니라 감사원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도 집행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진상규명이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