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고민 끝에 한 고발이었다.
범죄를 저지른 것이 명백한 집단에 '셀프 수사·기소'를 해 달라고 하는 고발이었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조직적 불법폐기 사태
지난해 6월 13일, 검찰로부터 사상 최초로 특수활동비 자료를 공개받았다. 그런데 대검찰청의 경우 2017년 4월 이전의 특수활동비 자료가 폐기된 상황이었다. 담당 실무자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후에 자료공개를 위해 밀봉된 자료를 열어보니 2017년 4월 이전 자료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에는 2017년 5월 이전의 자료가 없어졌는데, 대검찰청과 마찬가지로 담당실무자는 '밀봉된 자료를 열어보고 나서야 자료가 없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검찰 담당자들의 얘기를 듣자마자 너무나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했다. 더구나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윤석열 지검장이 취임한 시점이 2017년 5월 19일이므로, 특수활동비 자료 폐기시점은 윤 지검장 취임 이후로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영렬 전 지검장은 돈봉투 만찬 사건이 보도되자마자 감찰을 받게 되었으므로, 이영렬 전 지검장이 폐기했을 가능성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명백한 범죄였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1999년 1월부터 '공공기관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현행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2007년 명칭 개정)'이 시행되고 있는데, 이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자료를 무단폐기하는 행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후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외에도 전국 57개 검찰청에서 자료 불법폐기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상 초유의 조직적인 자료 불법폐기 상황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자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문제를 덮으려고 했다. 한 달 또는 두 달에 한 번씩 특수활동비 자료를 폐기해 왔다면서, 그것이 마치 관행인 것처럼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검찰 내부 교육자료에 '폐기하라'는 내용이 나와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자료 무단폐기는 명백한 범죄다. 2023년 3월 서울의 어느 사립대 교수가 '이물질이 묻은 답안지를 폐기'했다는 이유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었다. 대학교 답안지를 폐기해도 범죄로 보는데, 검찰조직이 거액의 국민세금을 사용해 놓고 그 자료를 조직적으로 폐기했다면 그건 심각한 범죄이다.
그런데도 법무부 장관이 범죄를 비호하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횡령이나 절도가 관행이어도 처벌 안 할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