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커버넌트> 스틸컷
imdb.com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2018년의 아프가니스탄에는 여전히 전운이 감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인해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고 임시정부가 구성됐으나, 여전히 지속적인 테러전을 펼치며 세력을 유지하고자 했던 이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2020년 미국 트럼프 정부가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고, 그 결과로 이듬해인 2021년 4월 바이든 정권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를 발표하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이들 세력의 저항은 거셌다. 가이 리치 감독이 연출한 영화 <더 커버넌트>는 그런 배경 속에서 이루어졌을 하나의 장면으로 시작된다. 트럭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게 되는 현지 통역사의 죽음을 허망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미 육군 상사 존 킨리(제이크 질렌할 분)의 시선이다.
그가 소속된 부대의 임무는 탈레반의 무기와 군수품을 찾아 없애는 일이다. 현지 민간인들의 협조를 구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미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사회 전반에 깊게 침투돼 있는 탈레반 조직과 민간 사이의 연결고리 때문이다. 존 킨리가 또 다른 현지 통역사인 아메드(다르 살림 분)와 인연을 맺게 되는 시작점이다.
미군은 그의 협조를 받아 조금 더 원활한 작전을 수행하고 아메드는 협조의 대가로 미국 비자를 약속받는다. 미군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탈레반이 알게 된다면 가족의 목숨마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에 주어지는 계약이다. 이 약속이 미래에 어떤 모습을 하게 될지는 아직 알지 못한 채다.
02.
헐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전쟁 영화에는 특별한 목적이나 정해진 공식 같은 것들이 있었다. 국제 사회 질서 내에서의 미국의 위치를 선전하기 위한 목적이 내포돼 있던 2000년대 초반까지의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작품에서 미군은 세계 최고이자 맡은 임무를 끝내 성공적으로 완수해 내는 선망의 아이콘과도 같았다. 그러다 보니 플롯 자체도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밖에 움직일 수 없었고, 여러 작품에서 유사한 형식의 구조가 반복적으로 활용됐다. 지금의 작품에서도 그런 기조가 완전히 제거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당시에는 훨씬 더 노골적이고 직접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2010년 초중반을 지나면서 그런 분위기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장르와 소재의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피터 버그 감독은 <론 서바이버>(2014)를 통해 윤리와 의무 사이에 놓인 인물들의 현실적인 모습에 대해 보여주고자 했고, <퓨리>(2014)의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기갑사단과 전차병이라는 드물게 활용돼 왔던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완성해 냈다. 한편, 샘 멘데스 감독은 (2020)에서 '원 컨티뉴어스 숏'이라는 전에 없던 기술적 성취로 관객들에게 주인공의 시점을 오롯이 전달하는 데 성공해 냈다.
가이 리치 감독의 <더 커버넌트> 역시 그런 연장선 위에 있다. 앞서 언급했던 작품들처럼 완전히 다른 시도를 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영화의 시점 전체를 미군의 입장에만 올려두었던 지난 작품들과 다른 모습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화려하고 스타일리시한 작품을 연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왔던 가이 리치 감독. 이번 작업에서는 영화의 중심이 되는 두 인물 존 킨리와 아메드의 모습을 지켜보고 담아내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