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던 쿠퍼(오른쪽)와 그의 연인으로 나오는 에이미 패러(마임 바이알릭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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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윈 코넬 시드니대 사회학 교수는 남성성을 정의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20세기 후반을 주도한 남성으로 경제적 부를 이룬 비즈니스맨이 정점에 있고, 너드처럼 쿨하지 않고 나약한 남성은 수동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특히,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로 이어지는 시기는 세계화와 자유 시장이 번영하는 시대여서 비즈니스맨의 인기와 호감도는 절정에 달했습니다. 영화 <월 스트리트>와 <아메리칸 사이코>에 나오는 비즈니스맨은 많은 돈과 성적 매력이 넘치는 몸을 가진 이미지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이처럼 각광받던 비즈니스맨의 이미지는 2008년 금융위기에서 밝혀진 치부로 인해 몰락하고 맙니다.
비즈니스맨이 이상적인 남성상의 지위를 상실하면서 생긴 공백기를 틈타 너드가 부정적이기만 하던 이미지를 탈피하게 되고 새로운 남성상의 하나로 받아들여집니다. 애슐리 모건 카디프 메트로폴리탄대 교수는 "너드가 전통적인 이성애자 비즈니스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남성들의 경쟁을 유도했다"라고 주장합니다. 성적 매력으로 여성을 유혹하는 전형적인 연애 방식이 변화했습니다. 너드의 강점은 신체적 조건이 아니라 지식과 이성입니다. 과학 지식이 추상적인 허울에 그치지 않고 경제력으로 실현되는 테크 시대가 열리면서 너드라는 남성의 가치가 상승한 것입니다.
셸던은 너드 남성이면서도 다른 특성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모건 교수는 "셸던은 여자나 섹스에 전혀 관심이 없는 무성애자로 볼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성 관계를 무의미하고 가치 없는 것으로 여기는 태도는 그가 여자 친구 에이미를 만난 후에도 변하지 않습니다.
"나는 인간이 자손을 번식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너랑 3년간 살면서 알게 된 거지만 그건 시끄럽고 비위생적인 방식이야. 그럴 필요가 뭐가 있어."
셸던은 섹스라는 말도 쓰지 않고 동물의 성적 행동을 과학 용어로 표현합니다. 마치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인간 행위를 관찰하는 자세를 유지합니다. 그는 섹스에 전혀 관심 없는 인간형이라는 새로운 시대상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셸던을 연기한 배우 짐 파슨스는 공개적인 게이였습니다. 극중에서도 셸던이 게이가 아닐까하는 의심을 품게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무성애자와 게이를 암시하는 셸던의 등장은 다양한 남성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데 일조합니다. 세상에는 이성애자 남성만 있는 게 아니라고 셸던이 항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셸던과 에이미의 관계는 플라토닉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때론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셸던이지만 에이미를 자상하게 배려할 때는 무척 낭만적입니다. 섹스 이외에도 다양한 사랑 표현을 알게 해준 셸던에 대중이 열광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요.
셸던이 바꾼 변화와 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