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인 투 파이브>는 여성 차별 사회의 현실을 코미디로 비꼰 작품이다. 돌리 파튼은 성희롱을 당하다가 통쾌하게 복수하는 비서역을 맡아서 열연했다.
20세기폭스
일찌감치 컨트리 음악의 전설로 우뚝 섰지만, 돌리 파튼이 문화계의 슈퍼스타가 된 것은 1980년에 개봉한 영화 <나인 투 파이브>가 흥행했기 때문입니다. 페미니즘 활동가이자 배우 제인 폰다와 함께 출연한 이 영화에서 돌리 파튼은 매력적인 비서 도랠리 역을 맡고 주제가도 불러서 히트시켰습니다.
영화 속에서 남성 상사 프랭클린은 여성 직원의 아이디어를 훔치고, 승진도 시켜주지 않으며, 끊임없이 성희롱을 일삼습니다. 그에게 차별받고 괴롭힘당하던 세 여성이 힘을 합쳐 통쾌하게 복수합니다. 사내 탁아시설도 만들고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게 만들어 회사를 더욱 평등하게 바꾸는 것이 영화의 결말입니다. 이 영화는 성차별 사회 문제를 과장된 코미디로 보여줬지만, 페미니즘 메시지를 성실히 전달한 상징적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영화 개봉 40년이 흘렀지만, 도랠리가 직장 상사한테 당한 성추행과 성차별은 미국 사회에서 여전히 고질적인 병폐입니다. 고용, 재산, 이혼 등에서 성평등 법안과 보호 장치가 미국에서 도입되어 여성의 권리가 약간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2020년에 발표된 맥킨지 다양성 보고서가 보여주듯이 매니저급 직위에 있는 여성의 비율은 38%밖에 되지 않습니다. 여성법률센터에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성희롱은 고발한 여성의 72%가 회사에서 해고되거나 다른 보복 조치를 당했고 가해자의 37%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돌리 파튼은 바비 인형처럼 금발 머리에 풍만한 가슴을 가졌다는 이유로 평생 성희롱적 농담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암컷 유선 세포에서 추출한 유전자로 만든 복제양 돌리가 파튼의 이름을 따온 것도 과학자의 짓궂은 농담이었습니다. 파튼은 금발 가발과 반짝이 의상으로 대표되는 화려한 외모를 고집한 탓에 놀림이나 비난을 받았지만 이에 굽히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평생 유지했습니다.
2013년에 가수 마일리 사일러스가 선정적인 복장으로 공연해서 비난받을 때도 돌리 파튼은 그의 대모를 자처했습니다. 파튼은 <비비씨뉴스나이트> 인터뷰에서 "저는 멍청한 금발이라고 불러도 상처받지 않는다"며 "왜냐하면 멍청하지도 않고 금발도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녀는 소셜미디어에서 젊은 여성에게 쏟아지는 외모에 대한 사회적 압력에 맞서 있는 그대로 자기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파튼이 페미니스트 활동가는 아니었지만, 음악이나 일을 통해서 여성의 당당한 삶을 살았습니다.
파튼은 컨트리 음악으로 데뷔 후 포터 웨고너와 그의 버라이어티쇼에서 듀엣으로 활동하며 명성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포터 웨고너의 입김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이때 파튼이 웨고너의 그늘을 벗어나며 부른 이별 노래가 바로 컨트리 차트 1위를 차지한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입니다. 그 후 솔로로 데뷔해 컨트리, 팝과 뮤지컬을 넘나드는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만들었고, 음반, 텔레비전 등 쇼비즈니스 제작자로도 성공했습니다.
아이콘을 넘어 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