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5일, 당시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토론회'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지역 주민들에게 장애인 학교 설립을 호소하고 있는 모습.
신지수
복합특수학급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것 중 하나가 복합특수학급입니다. 일반학교 안에 아주 작은 특수학교가 들어서 있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생소한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에선 현재 경기도에서만 복합특수학급이 운영되고 있거든요.
경기도에서만 복합특수학급이 운영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땅덩어리 문제예요. 경기도는 지역이 넓고 광활합니다. 아무리 특수학교를 곳곳에 지어도 어느 지역에서는 특수학교에 가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주 작은 특수학교를 만들자는 발상을 하게 된 겁니다. 건물을 따로 지을 필요도 없었어요.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기존 학교에 빈 교실이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그곳에 아주 작은 특수학교인 복합특수학급을 만들기 시작한 겁니다.
보통 일반학교 안에 특수학급이 있지요? 그런데 일반적인 특수학급 옆에 복합특수학급 반이 2~3개 더 만들어져 있는 형태라고 보면 됩니다.
일반적인 특수학급에 소속된 학생들은 통합교육 대상자예요. 하루에 몇 시간은 원래 반에서(1학년 3반, 4학년 4반 등) 수업을 듣고 나머지 몇 시간은 특수학급에서 교육을 받지요. 하지만 복합특수학급 학생은 하루 종일 특수학급 안에서 전일제 교육을 받습니다.
공간만 일반학교의 교실을 빌렸을 뿐 실체는 특수학교이기 때문에 특수교사 인원부터 다릅니다. 특수학교 기준으로 특수교사 배치가 되거든요. 보통 한 반에 4명의 학생과 특수교사 2명이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지도사(실무사) 또는 사회복무요원 등 특수교육지원인력이 추가 배치되기에 학생들은 거의 1:1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환경입니다.
얼마 전 경기도 양주에서 복합특수학급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어머니를 만났는데요.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 어머니 얘길 들으며 특수학교에 아들을 보내고 있는 전, 부러움도 살짝 느꼈어요. 아들 학교는 한 학급 당 학생 6명에 교사 1명인데 복합특수학급은 학생 4명에 교사 2명이었거든요.
아들 학교는 부지가 좁아 운동장도 없지만 복합특수학교는 일반학교와 건물을 공동으로 사용하기에 운동장, 체육관, 음악실, 식당 등 제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거든요.
분리 조장에 대한 우려
복합특수학급은 2018년부터 운영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당시 교육부에서 각 지자체에 수요조사를 했는데 경기도를 제외하곤 손드는 곳이 없었다고 합니다. 경기도의 지역 특성이 워낙 두드러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마 '분리 조장' 등 장애인식 부분에서의 부담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복합특수학급이 안고 가야 할 문제 중 하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철저한 분리된 생활을 한다는 것이에요. 같은 공간(학교) 안에서 오고 가며 마주치기에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분리와 고립을 더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이 확산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고민되는 지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특수학교 환경이 절실한데 갈 수 있는 학교가 없는 중도, 중증 장애 학생에겐 복합특수학급이 필요해 보입니다.
실제로 이런 사례도 있어요. 자녀의 장애 정도가 중증인데 특수학교가 너무 멀어 갈 엄두를 내지 못하다 보니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어도 장애 전담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더라고요(법적으로 만 12세까지 장애 전담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답니다).
그 엄마는 자녀의 12살 이후를 고민하고 있었어요. 만약 이 상황이 이어지면 해당 학생은 6학년까지 어린이집을 다니다 그 이후엔 주간보호센터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했어요. 그 학생은 평생 단 한 번도 학교에 다녀보지 않은 삶을 살게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선 일단 학교에 다닐 수 있는 복합특수학급, 병설형 특수학교, 소규모 특수학교 등 그것이 무엇이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수학급도 부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