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0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검찰청에서 정순신 특수부장 검사가 '세월호 침몰 사건 수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제 해결의 중심이 점점 더 학교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2020년 3월 이후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면서 현장을 가장 잘 아는 학교와 교사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문제 해결의 주체가 학교 밖으로 이동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와 맥락이 있습니다. 특정 학생을 두둔한다고 오해를 사거나 고소당할 가능성을 우려해 담임 교사와 피해 학생이나 가해 학생이 전화 한 통화도 쉽게 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고소 한번 당하면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수년을 법적 대응하느라 교육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기도 하고요. 학교 폭력 업무가 학교에서 가장 맡기 싫어하는 기피 업무가 됐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학교 폭력 문제를 아예 경찰을 비롯한 외부 전문기관이 맡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학교는 이질적인 개인들이 모인 하나의 작은 사회입니다. 학교 폭력을 포함한 크고 작은 갈등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갈등을 함께 조정하고 해결해 나가면서 개인적이거나 집단적인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의 역량을 키우는 공간이 돼야 합니다.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것을 외부 전문가에 의존해 해결하는 것은 학생과 학교가 그러한 개인적 집단적 역량을 형성하는 기회를 빼앗아 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학교 폭력을 비롯해 학교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을 학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텐데,
이를 위해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은 교사들이 일상적으로 학생들의 삶을 충분히 관심 갖고 지켜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학생들도 자신의 문제나 갈등을 감추거나 개별적으로 풀기보다, 갈등 초기 단계부터 상담이나 갈등 조정 활동 같은 적절한 지원을 받아 공개적이고 공동체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줘야 합니다.
이러한 일상적인 교육 환경이나 학교 문화의 변화 없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위원회나 센터 만들어 해결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위원회나 센터가 나름 역할을 할 수도 있을 텐데, 이것은 문제 해결의 과정을 대신 맡아줘서라기 보다는 학교가 스스로 그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전문적인 도움을 신속하고 충분히 줄 때겠죠."
- 학폭위 심의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다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대부분 30분~1시간 전에 사안을 통보받고, 한 번 회의에 많게는 5~6개씩 심의하는 일도 있습니다. 심의위원들 전문성도 떨어지고요. 학폭위 심의에 앞서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교사에게 조사권과 학부모 소환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은 학생과 교사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사는 학폭위로 가면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현장에서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목격한 주변 학생들 역시 가해자나 피해자로 연루되는 걸 두려워해 방관자로 물러 앉을 가능성이 큽니다.
학폭위 위원 구성을 바꾸는 건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교사가 충분히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과 교사를 조사의 주체로 세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어느 한 개별 주체(교사)에 의한 조사에 기대는 것은 교사에 대한 신뢰가 낮은 현재의 상황 속에서 가능하지도 않고, 오히려 교사에게 더욱 큰 부담을 지어주겠죠. 학교 폭력 문제의 입체적 해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 노르웨이의 올베우스 프로그램이나 핀란드의 키바 프로그램은 학교 전체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물론 학폭 예방 프로그램과 법제도는 엄밀하게 다르지만, 우리 법제와 문화는 너무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에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방관자를 능동적인 방어자로 교육하는 제도나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주변의 다른 학생들이 방관자가 되는 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현재 학기당 1회 실시하기로 되어 있는 학교 폭력 예방교육이나 국가차원의 학폭 예방프로그램인 어울림 프로그램에도 학교 폭력을 목격했을 경우 대처법에 대해 나와 있습니다. 교육이 없는 게 아니라는 거죠. 당위적인 내용으로 일회적이고 형식적 교육으로는 변화를 끌어내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별도의 방관자 교육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것 보다는 일상적인 생활교육의 빈도와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핀란드의 사례처럼 예방 교육(활동)을 일상적으로 진행하고 실제로 또래들이 서로 간의 갈등을 직접 드러내고 조정하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학교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현실과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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