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정의'는 한국에선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회복적 생활교육이란 이름으로 학교폭력을 예방·대응·해결하기 위한 철학적 방법론, 교육적 방법론으로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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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교폭력예방연구소 소장 정재준은 '미국의 학교 폭력 방지'라는 논문에서 회복적 사법의 절차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 학교폭력이 어떤 규정(법률)에 위반되고 이로써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 확인한다.
-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특정한다.
- 학교폭력으로 인하여 간접적인 피해들은 무엇인지 특정한다.
- 이를 인지시킨 후 피해자와 가해자가 동석한다.
- 피해자의 기본적 권리가 무엇이고 현재 무엇을 필요로 하고 대화한다.
- 진정한 사과와 용서로서 화해하고 배상의 구체적 방법도 합의한다.
정재준은 "가해자를 엄벌하거나 격리한다고 해서 피해자의 감정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과 법원의 일방적 처벌보다 피해자에 대한 효과적이고 실질적 배상에 유리하다는 점이 회복적 사법의 장점"이라면서 "무관용 원칙은 학교폭력 문제에 대하여 응보적 정의는 실현할 수 있겠지만, 이는 일시적인 통제와 감시로 억누를 뿐 근본적으로 해결책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회복적 정의가 더 힘을 받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회복적 정의는 우리나라에서는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회복적 생활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대응하며, 해결하기 위한 철학적 방법론, 교육적 방법론으로 도입됐고, 비폭력 대화의 방법론 등과 결합해 발전하고 있습니다.
평화비추는숲(옛 회복적생활교육센터) 박숙영 대표를 만나 회복적 생활교육이 무엇인지 여쭤봤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한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이야기입니다. 이하 박숙영 대표께서 들려준 이야기를 옮겨봅니다.
캐나다 말고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 한 남자 아이가 가방을 툭툭 치고, 욕을 하면서 지나가고, 괜히 화풀이하고…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의 행동 때문에 1학기 내내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선생님이 직접 지도에 나섰지만, 아이 행동에는 큰 변화가 없었죠. 반 아이들은 점점 더 이 아이를 멀리 했어요. 왜 안 그랬겠어요. 관계는 더 나빠졌습니다. 계속 욕하고, 툭 치고, 지나가다 발 밟고, 돼지라고 놀리고… 그런 행동이 쌓이면서 여학생 2명이 그 친구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했어요. 물론 그 여학생 2명을 제외한 다른 아이들도 모두 그 아이를 좋아하지는 않았죠.
그 세 명의 아이들을 모아서 회복적 대화모임을 했어요. 당사자들이 모여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거죠.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게 해요. 나는 뭐가 중요한지, 앞으로 이 일이 어떻게 되길 원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하는지, 상대방에 뭘 부탁하고 싶은지 등등.
학폭 신고한 여학생들은 돼지라고 놀림 받을 게 얼마나 슬펐는지 울기도 하고, 너 계속 그러면 5학년에도 학폭 신고 될텐데, 그러니까 우리가 먼저 널 돕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문제 남학생은 이렇게 말했죠. 자꾸 나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하게 되고, 나도 내 맘대로 안 돼. 싫어서가 아니라 잘 안된다고. 그 상황만 되면 자꾸 그렇게 돼. 대화하면서 가해 학생도 힘들구나 하는 걸 저도 피해 여학생들도 알게 됐죠.
가해 학생이 약속했어요. 가방 치는 것도 안하고, 욕도 안하고, 지금가지 했던 걸 안 하겠다고. 하지만 여학생들은 못 믿죠. 그날은 사과를 받긴 했는데, 믿을 수는 없어 이렇게 남학생에게 이야기했대요. 하지만 결국, 여학생들은 남학생에게 이렇게 말하기로 했어요.
그래도 너는 우리의 좋은 친구야, 우리가 이렇게 말하면 네가 행동을 멈춰 줘.
남학생에게 요청했어요. 연민의 마음이 생긴 거죠. 남학생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돼"라고 한 게 여학생들에게 연민의 마음을 생기게 한 거죠.
셋은 약속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장점 두 개씩을 서로 말해주기로 했죠. 8시 20시 화요일에 서로의 장점을 말해주기.
3주 후에 확인해보니 남학생이 약속을 전부 지키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여학생들도 실망했죠. 가방을 툭 치고 가고 그런 행동을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횟수는 많이 줄었죠. 전에는 10번했다면 이제는 2번 정도로 줄었다는 했죠. 그러면서 이렇게 여학생들은 자기 속상한 마음을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선생님, 우리가 "너는 그래도 우리의 좋은 친구야"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아세요?
학교폭력을 더 글로리처럼 생각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