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유튜버 쯔양의 과거 이력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은 유튜버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당사자 중 하나인 유튜버 구제역(이준희)이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자진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만 유튜버' 쯔양이 놓였던 4중의 착취 구조 앞에 할 말을 잃게 된다. 전 소속사 대표로부터 겪었던 교제폭력,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사이버 레커 채널들의 협박, 쯔양이 원치 않았음에도 '렉카연합'의 실체를 알리겠다며 쯔양의 피해 사실까지 폭로한 가로세로연구소까지. 쯔양이 "모두 말씀드리겠다"며 피해 사실을 토로하는 그 순간에도, 실시간 채팅창에는 2차 가해성 댓글이 쉴 새 없이 달렸다. 이는 여성의 고통을 희롱하고 유희로 삼는, '여성혐오 사회'라는 착취 구조의 처음이자 마지막 고리다.
이는 유혈이 낭자한 공포 영화 장르인 '고어(gore)'에 빗댄 '고어 남성성'의 현주소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달 열린 한국여성학회 춘계학술대회서 사이버 레커 시장을 일컬어 "고어 남성성이 극명하게 전시되는 장"이라고 했다. 트랜스페미니스트이자 철학자인 사야크 발렌시아는 고어 영화 마냥 폭력과 살인, 신체 훼손과 시신을 자본축적의 수단으로 삼는 것을 '고어 자본주의'라 명명했다. 손 교수가 '고어 자본주의'를 빌려 설명하는 것이 한국의 고어 남성성이다. 이는 디지털을 거점으로 폭력을 정당화하고, 이를 시민권과 자본 축적의 자원으로 삼는 특성을 갖는다. 여성이나 소수자의 신체를 대상화하고 돈벌이 수단으로도 삼는다.
고어 남성성이 지목하는 것처럼, 쯔양을 향한 남성들의 가해 행위는 모두 쯔양이라는 여성의 신체를 겨냥했다. 전 소속사 대표 A씨가 했던 불법 촬영과 폭력, 강압에 의해 유흥업소에서 일한 것 등은 모두 쯔양이 가진 여성으로써의 신체를 타기팅한 일이었다. 가세연의 폭로 이후 쯔양에게 쏟아진 2차 가해성 댓글 또한 비슷한 맥락이었다. 가세연의 녹취에 따르면 유튜버 카라큘라는 구제역과의 통화에서 쯔양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했다. 쯔양이 유튜브 생태계에서 갖는 위상과 함께, 돈벌이 수단으로써 물성화된 쯔양의 신체를 뜻하는 말이다. 더 많은 이익 창출을 위해, 함부로 '갈라선'(폭로해선) 안 된다는 의미를 함축한 표현이기도 했다.
참을 수 없는 '정의 구현'의 가벼움
쯔양을 둘러싼 사이버 레커들의 가해 행위는 그들의 모토였던 '사적 제재'와 '정의 구현'이 얼마나 허황하고 얄팍한 구호였는지를 만천하에 공개했다. 녹취에 따르면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뉘앙스만으로 돈을 받아 챙기려는 이와 본인도 쯔양의 피해 사실을 지렛대 삼아 협박을 이어가면서 쯔양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컨설턴트를 자임하는 이도 있다. 이들 아귀다툼을 신명 나게 폭로하고, 쯔양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는 가세연도 있다. 사이버 레커 채널들이 가해자 신상 공개를 통해 큰 수익을 벌어들인 한편, 다시 한 번 고통 받는 피해자가 생겨난 밀양 성폭행 사건과 비슷한 경로다. 거기서도 사이버 레커 채널들이 당초 밝힌 것과 달리 피해자의 동의는 '없었다'.
페미니스트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책 <불편한 인터넷>에서 사람을 대상화하는 방식을 일곱 갈래로 분류한다. 그 가운데 쯔양의 사례는 최소 세 가지에 해당된다. 사람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도구성'은 말할 것도 없다. 내가 가진 정보가 폭로되면 너의 자리가 위태로우리라는 협박은 대상의 경계를 언제라도 침입해 부서뜨리거나 박살낼 수 있다는 '가침성'에 해당된다. 대상의 경험과 느낌을 고려하지 않고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주체성 거부'의 경우까지, 우리는 쯔양을 둘러싼 착취의 먹이사슬에서 모조리 목도하고 있다.
"죄송하다"는 쯔양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