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 유국희 단장(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활동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권우성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검증을 위한 한국 정부 시찰단이 5박 6일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시설 등을 시찰하고 돌아와 5월 31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찰단장은 일본에서의 활동을 밝히며 "구체적 자료도 확보해 과학 기술적 검토 과정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시찰단은 시작부터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투기에 명분을 주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출발했다. 한국 정부는 오염수 안전성을 검증하겠다고 했지만, 일본 정부는 오염수의 안전성을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오염수 해양 투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시찰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일 양국의 첨예한 시각차 속에 출발한 '시찰'은 정말 오염수의 '과학 기술적 검토 과정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을까?
시찰단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오염수 처리 설비인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 후 오염수 측정·확인 시설인 'K4' 탱크, 오염수 이송 설비, 희석 설비, 방출 설비, 중앙감시제어실 등을 점검했다고 발표하며 "시찰 과정에서 도쿄전력에 오염수의 ALPS 입·출구 농도를 담은 로데이터(원자료)를 요구해 확보했다"고 밝혔다.
시찰단은 오염수의 직접 채취 대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제공한 오염수 시료를 분석하고 있으며, 연 1회 농도 분석이 이뤄지고 있는 64개 핵종에 대해 2019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운전된 설비의 데이터를 받았고, 더 자세한 정보는 일본 정부에 요청하고 왔다고 주장했다.
한 시간 넘게 시찰단 기자회견이 진행되었지만, 국민이 가장 궁금해할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검출과 안전성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시찰했다는 내용은 펌프가 몇 개 있고, 오염수 저장 탱크 용량이 얼만지, 밸브가 자동으로 작동하는지 등 설비에 대한 설명뿐이었다. 시찰단의 주장처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안전성 검토 과정에서 과학적 진전이 있으려면, 겨우 펌프와 밸브 숫자만 세고 와서는 안 되는 것이다.
시찰단은 일본 정부에 질문을 던져야 했다. 현재 저장된 133만 톤의 오염수 중 70%에 남아있는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이미 방사성 물질 제거에 실패한 ALPS 설비를 통해 몇 번이나 반복 작업을 거쳐야 기준치 이하로 줄어드는 것이냐고 물었어야 한다.
또한 방사성 오염수 문제를 해결하려면 녹아내린 핵연료를 제거하는 폐로 작업이 완료되어야 하는데 폐로 과정은 현재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일본 정부 계획대로 30년 안에 녹아내린 핵연료를 제거하지 못한다면 그다음 발생하는 오염수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묻고 확인했어야 한다. 그러나 시찰단은 그저 오염수 처리 시설을 눈으로 보고 왔을 뿐이다. 시찰단 보고서 어디서도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진전은 없었다.
거짓말로 일관해 왔던 일본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