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전, 란> 포스터.
넷플릭스
임진왜란은 우리나라 역사, 나아가 동아시아 역사까지 뒤바꾼 큰 사건이다. 7년 동안 이어진 이 전쟁은 조선의 전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결정적 역할을 했고 중국에선 명나라가 쇠퇴하고 후금이 성장했으며 일본에선 에도 막부가 열리는 길을 열었다. 무엇보다 수많은 조선 백성이 다치고 죽고 끌려가 죽도록 고생했다. 한편 임금은 백성을 지키긴커녕 줄행랑을 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전, 란>은 임진왜란이라는 큰 사건을 배경으로 신분을 뛰어넘는 우정을 쌓은 노비 천영과 최고의 무신 집안 자제 이종려가 모종의 사건으로 철천지 원수지간이 된 이야기를 다룬다. 둘의 사적인 이야기가 극을 이끄는 와중에 임금 대 백성, 의병 대 왜군의 이야기가 대조를 이루며 펼쳐진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참기 힘든 임금 선조의 행태가 눈부실 정도로 추잡하다.
임진왜란 당시 임금과 백성의 이야기만 나오면 치가 떨린다. 족히 수십수백 번은 들었을 텐데 여전히 분노가 차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적군이 쳐들어왔을 때 막으려 하는 건 당연할 것인데, 아무리 '무(武)'가 없는 자라 할지라도 막으려 하는 건 당연할 것인데 도망가기 바빴다. 그것도 백성을 버리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급기야 백성을 도륙하기까지 한다.
그렇지 않아도 공화주의자 정여립이 대동계를 만들어 난을 일으켜 조선을 뒤흔들었으니 뭇 백성의 눈이 새롭게 떠졌고 전쟁이 일어나자 임금이 도망가니 완전히 개안하고 말았다. 노비들은 주인집을 습격했고 뭇 백성은 궁을 불 질렀으며 피란 행렬의 임금을 습격했다. '전'쟁은 왜군이 쳐들어오며 시작됐지만 반'란'은 이미 조선 내부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전란은 어떤 식으로든 시작될 것이었다.
백성도 반응할 수 있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