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산청년주간에서 발제를 하고 있는 우동준 대표
우동준
- 고립과 연결의 시대, 그럼에도 커뮤니티는 유효할까요? '일종의격려'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사업은 커뮤니티 기반이잖아요.
"활동 초기에는 커뮤니티에 대한 제 나름의 정의를 하려고 애썼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커뮤니티는 너무 당연하고 기본적인 요소인데, 그걸 한 문장으로 규정하려 했던 과거도 유별났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커뮤니티란 무엇이다'를 정의해 버리는 순간, 저를 둘러싼 환경이 이분법적으로 '그런 곳'과 '아닌 곳'으로 나뉘더라고요. 누군가의 커뮤니티를 제 마음대로 단정지어버리는 것 같기도 했고요.
요즈음은 커뮤니티가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람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 요소로서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대전제는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됐잖아요. 가령 '고립은둔청년이 죽음으로 간다'는 도식은 커뮤니티와 연결이라는 것이 생존과 직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니까요.
결국 제가 '일종의격려'를 통해서 만들고 있고 앞으로 만들어 가려고 하는 것들은 제가 맨 처음 시작했던 쌀 캠페인의 연장선에 있는 셈이죠. 고독사 백골은 지금도 여전히 발견되고 있잖아요. 재개발 지역 주민, 중장년 1인가구, 유형별 장애이웃, 니트청년….
우리 사회가 '사회적약자'로 그룹화한 이들에겐 여전히 사회안전망이 없어 존재조차 발견하기 어렵고요. 커뮤니티와 연결의 유무가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누군가에게 유의미한 도움이 되고 도시에서 상처받은 이들이 회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함께하는 사람들이 편안한 따뜻한 커뮤니티가 많아지면 이 삭막한 도시도 관계로 채워지지 않을까요?"
- '일종의격려'를 통해 지금 만나고 있는 부산 청년들과 무엇을 만들고 싶나요?
"부산이 청년 개인이 가진 자신의 니즈를 잘 해소하는 도시가 되면 좋겠어요. 저한테 도시라는 건 '밀도'거든요? 아무리 도시가 커도 밀도가 낮으면 청년이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요. 그래서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부산이라는 도시의 밀도를 높게 유지하는 거에요. 그건 나라는 사람과 너라는 사람이 계속 만나면서 부딪히는 것이고요. 어딜가든 그런 마주침이 보장되고, 누군가의 사례가 나에게 전달되고, 공공서비스나 정책이 당사자에게 가닿고. 그게 제가 지향하는 도시의 모습이에요. 부산은 절대적인 자원이 부족한 지역이 아니에요. 연결과 순환이 문제인 거죠. 다양한 청년 정책이 펼쳐지고 있지만 협소한 관계망 탓에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는 이 부산이라는 도시 안에서 밀도가 높은 편이거든요? 지금 인터뷰를 여기(부산근현대역사관)에서 인터뷰를 하는 이 순간에도 뒤로 오가는 근로자분들과 눈인사를 계속 하고 있어요. 부산 어떤 지역을 가서 글쓰기 워크숍을 하든 로컬 팝업을 나가든 아는 사람이 두 명 이상은 있고요. 부산에서 활동하는 제 이야기에 관심을 주시고, 직접 서울에서 이곳까지 찾아주신 희망제작소 최나현 연구원님도 계시고요. 그러니까, 제게는 존재감을 인정해주는 관계가 많이 있어요.
가만히 있어도 저를 알아봐주는 연결된 관계가 많이 있어요. 그래서 저에게 부산은 밀도가 높은 공간이고, 대도시죠. 그런데 모든 부산 청년이 그렇지는 않잖아요. 누구에게나 도시와 로컬은 상대적이지만 저에겐 특히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도시에 사는 청년 사이의 격차를 줄여나가고 싶어요. 청년이 노력하지 않아도 밀도 높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애써 나서서 무언가를 획득하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관계와 사회와 제도에 노출되고 새로운 자극과 정보가 비자발적으로 주어지는 환경. 그게 제가 '일종의격려'를 통해 만들고 싶은 부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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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주시면..." 이 청년이 지하철로 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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