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GatsbyF. Scott Fitzgerald, The Great Gatsby, 1925, title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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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결정을 미루는 행위는 심리적 방어의 한 형태로, 실현되지 않은 욕망을 보존하려는 전략이다. 소유의 순간이 오히려 기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무의식적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소설 중 개츠비가 끝내 이루지 못할 꿈인 데이지를 쫓아가듯, 현대인은 찜 목록 속에서 잠재적인 소유의 가능성을 붙든다.
그로 인해 충족되지 않은 욕망이 주는 긴장감을 유지한다. 물건을 찜해두는 순간이 소유의 가능성이지만, 동시에 욕망은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머물며 더 강한 끌림을 만들어낸다.
경제적 불안과 결정 마비
현대인의 소비 심리는 경제적 불안과 깊은 연관이 있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1997)'에서 강조되듯이, 사람들은 자산을 축적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려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러나 불확실한 상황은 이러한 결정을 어렵게 만들며, 소비자는 작은 지출조차 신중하게 고심한다. 장바구니에 쌓인 물건은 잘못된 소비 행위가 경제적 안정성을 압박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내포한다. 결제를 미룸으로써 안전을 유지하려 하지만, 결국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불안한 상태에 머물게 된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대인의 소비 패턴은 확연히 달라졌다. 이전의 소비자는 필요에 따라 즉각적인 욕구 충족을 목표로 삼았고, 물건을 고르고 구매하는 과정이 비교적 간단했다.
그러나 디지털 쇼핑의 편리함과 무수한 선택지들은 소비자들을 끊임없는 비교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이제 소비는 충족의 순간이 아닌, 끝없는 선택과 망설임이 결정을 무한시간으로 미룬다.
무한 탐색의 시대에서 소위 '결정 마비(decision paralysis)'는 선택이 일상을 갈아먹는 현상의 원인으로 학계에서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위대한 개츠비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드러난다. 개츠비는 데이지로 상징되는 모든 걸 품지 못하며 좌절하고 만다.
이상이 너무나도 이상화되어 개츠비는 실제로 꿈을 이룰 수 없다. 이는 수많은 선택지와 가능성 속에서 하나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결정 마비'와 유사하다. 그가 데이지를 선택하면서도 끝내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상이 현실과 충돌할까 두려워하는 내적 갈등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