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다음날인 11일 오전 10시 30분께, 특별매대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이서윤(60, 여)씨가 이날 구매한 한 작가의 책 5권을 내보였다.
박수림
읽기를 시작하자 멈출 수 없다. 작가는 내밀하고 조용하게, 심연 깊은 아픔과 그것을 풀어나가는 힘든 여정을 말한다. 폭설을 뚫고 친구의 집을 향해 가는, 가는 길이 어딘지 분간할 수 없는 막막함. 막상 그 길을 걷게 된 이유마저 사라져 버린 허무함, 그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되새김의 시간, 눈 폭풍과 같은 시류에 휩쓸려간 민초들의 비극적 사실들을 알아내고 극적으로 표현해 낸다.
책을 읽다가 보면 화자와 함께 눈보라 몰아치는 설원을 하염없이 걷는 기분이다. 내 뺨을 스쳐 녹는 눈송이를 만져보는 것 같고, 나뭇가시에 긁혀 이마에서 뜨거운 피가 흐르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시적 감상에 흠뻑 젖는다. 끌려갔던 외삼촌과 잠시나마 형제들이 나눠 먹었다던 할머니가 싸주셨던 도시락 이야기에 먹먹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저 함께 웃으며 나눠 먹는 밥 한 끼가 행복인 사람들이 겪은 비극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잔인했다.
이번 작품은 전작들에 비해 조금은 친절해진 작가의 작품 세계를 느껴 보기도 한다. 독자인 내가 나의 속도로 이해하기를 포기하지 않게, 작가가 조금씩 공감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주는 듯하다.
물론 내용을 따라가기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화자의 시점이 '경하'였다가 그 친구인 '인선'인 듯도 하고, 다시 '인선의 모친'으로 바뀌기도 한다. 심지어 후반부로 갈수록 영혼과의 대화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은 이 아픔을 내가 과연 따라가며 호흡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손 끝을 스치는 아픔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심연의 저 끝,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 전해져 온다. 이는 모두 결국 사랑 때문이라고 말한다.
내 가족의 아픔도 떠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