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농성장 앞에서 탐조장비로 새를 관찰하는 아이.
김병기
엄마 아빠의 손을 잡은 아이들은 재잘거리면서 가파른 둔치의 흙길을 내려왔다. 지난 4월 30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보철거시민행동) 활동가들이 세종보 담수 계획 백지화와 윤석열 정부의 물정책 정상화를 촉구하며 이곳에 농성천막을 친 뒤 수도 없이 다녔던 길이다. 이들의 농성을 지지하는 전국의 환경운동가들과 4대 종단 종교인, 국회환경노동위 소속 의원들도 그 길을 내려와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이날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교각보호공 위에는 '세종보철거를원하는시민대책위'가 카드뉴스로 만들었던 전시물들이 설치됐다. 흰목물떼새와 흰수마자, 수염풍뎅이, 맹꽁이 등 이곳에 사는 다양한 멸종위기종들이 사진으로 전시됐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흐르는 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전시물들을 둘러봤다.
아이들을 위한 보물찾기도 진행됐다. 탐조장비인 필드스코프가 2곳에 설치됐고 시민들과 아이들은 바로 앞쪽 하중도와 강변에서 쉬고 있는 새들을 관찰했다.
그 앞에서 도우미 역할을 한 세종시민 명인영씨는 "오늘 세종보 앞 자갈밭에는 민물가마우지와 중대백로, 왜가리 등이 와 있는데, 겨울철 이곳에는 큰고니 등 멸종위기종들이 날아든다"라면서 "아이들이 관찰하면서 '이런 새들은 처음 봤어요' '왜가리 깃털이 너무 멋져요'라고 반응하기도 했다"고 말하면서 즐거워했다.
돌탑쌓기, 물수제비 대회도 열렸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모두 참가했다.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강물 속에 돌을 그냥 던졌다. 어른들은 "오랜만에 날려보는 것"이라며 납작한 돌을 골라 물수제비를 떴다. 이날 우승자는 물 위에 9번을 튀긴 초등학교 5학년 김여랑 학생이었다. 그는 "아빠를 따라 4~5번째 이곳에 왔는데, 항상 흐르는 강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안 흐르는 강에도 갔었는데 너무 더러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도우미였던 세종시민 우인정씨는 "세종시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강가에 와서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진짜 흐르는 강을 느끼는 모습을 보니 너무 뭉클하다"면서 "세종보가 막히면 이 공간은 물속에 사라질 텐테, 그러면 아이들이 내려와서 이렇게 놀 수도 없고, 새들도 찾아올 수 없는 곳으로 변하기에, 이곳만은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변 소풍 이어지려면... 금강이 막힘없이 흘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