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음글방> 이가현씨.
김동규
광주광역시에는 '일상에서 즐겁게 시 쓰기'를 모토로 한 시창작소 '나음글방'이 있다. 지난해 11월에 문을 연 나음글방은 광주 곳곳 책과 관련된 공간과 온라인 공간에서 시와 관련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0일 광주 출신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가운데 13일 광주에서 시창작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가현씨를 인터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나음글방에서 글방지기로 활동하고 있는 이가현입니다. 나음글방은 시를 토대로 모이고 배우고 노는 곳입니다. 광주 곳곳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나 서점처럼 책과 관련된 공간을 빌려 쓰거나 온라인 공간에서 모이고 있습니다.
광주사람들이 시를 쓰고 좋아하고 향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만들었습니다. 목표가 있다면,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교류와 배움 등의 갈증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 가현님에게 '시'란 무엇인가요?
"시는 언어로 포착할 수 없는 미묘한 순간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해 보려는 이상한 장르입니다. 그래서 묘한 해방감을 주기도 하고, 일상의 틈에서 나를 살아가게 해줄 수 있습니다. 시간을 들이고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학은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오해를 받지만 도리어 그렇기에, 우리의 삶이 팍팍하고 힘들수록 시를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광주에서 내가 쓴 시를 공유하고 이야기 나눌 친구가 없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쉬웠고, 시를 배우는 곳에 가더라도 수도권과 달리 중간 과정이나 고급 과정을 배울 만한 곳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꼭 광주에서 하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시라는 건 일상에 변화를 주고, 버티고 견딜 수 있는 힘을 주는 무언가입니다. 우리는 모두 5·18의 아이들이거나 그 사건의 트라우마로 영향받으며 살기에 광주의 사람들이 시를 쓰며 그 마음을 담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나음글방에선 주로 어떤 걸 하나요?
"모임, 클래스, 행사를 합니다.
우선 모임의 경우에는 '베스트 프렌드 대작전'이라고 시 읽기를 쉽게 하는 모임을 했습니다. 청소년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온라인을 통해 모인 사람들이 광주의 동네서점 '소년의 서'에 모여서 시를 읽었습니다. 시를 어렵게 받아들이지 않기 위한 모임이었습니다.
'놀면서 쓰자'라는 모임도 있었습니다. 이 모임에서는 시집 4권을 함께 읽었는데, 쓰기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8주간 읽고 쓰는 일을 함께했습니다. 이 모임에서는 일기를 쓴 후 교환해서 시를 쓰는 활동도 했습니다. 다른 구성원이 쓴 일기를 받아서 읽고, 이를 토대로 시를 썼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서로 더 잘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유령 독서회'라는 이름의 온라인 모임도 있었습니다. 일본의 '타츠야 서점'에서 가상의 독서모임을 하는데, 그 어떤 책도 읽지 않고 모여서 마치 읽은 책이 있는 것처럼 가상의 책을 놓고 대화를 나눕니다. 이것처럼, 가상의 시집을 읽어온 걸로 하고 대화를 나누고 글을 썼습니다. '녹차맛아이스크림'이라는 제목의 가상의 시집이 있다고 놓고, 그 미묘한 색이 시와 닮았고 시에 계속 등장하는 제임스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