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빌리지에서 난민여성장인들에게 직조를 배우고 있는 동백학생
이임주
WEAVE(Women 's Education for Advancement and Empowerment) 단체의 NGO대표 미토스는 "처음에 난민 여성들이 직조를 할 때는 천이 빳빳하게 나옵니다. 왜냐면 전쟁으로 인한 슬픔, 가족을 잃거나 떨어져 살아가는 힘든 상황들에 대한 슬픔과 분노로 긴장된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직조는 점점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의 손을 통해 창조적인 힘이 나오는 것을 경험하고, 이 작업 자체에 집중 할 수 있게 되면서 치유와 평화가 함께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점점 천은 부드러워 지고 이것은 단순히 직조를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사랑과 조화로 엮어져 만들지는 위대한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직조는 하는 행위 자체가 곧 사랑이고, 날씰과 씨실이 엮어 만들어 가는 평화의 연결이었다.
여성학교는 난민 캠프의 가장 낮은 곳에 존재하는 취약한 여성들이 문제의 일부에 머물지 않고 변화의 일부로 나아가는 출발점에 함께 서는 교육과정이다. 또한 누구도 보장해 주지 않는 난민 여성들의 사회, 경제적 지위를 만들어 가기 위해 사회적 경제 프로젝트, 난민캠프의 평화와 치유프로그램들도 졸업생들과 함께 펼쳐가고 있다.
이러한 여행을 배움의 하나로서 배운다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여행의 패러다임을 변화하고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의 세대가 이어가야 할 쟁점주제이기도 하다.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는 여행의 상품이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대상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난민을 넘어선 여성들의 위대한 삶
이번 여행을 통해 얻어낸 키워드는 '난민을 넘어선 여성들의 위대한 삶'이었다.
목화씨에서 목화솜을 거쳐 실이 되고 자연을 통해 아름다운 색으로 탄생되고 난민여성들의 마법 같은 손에 의해 멋진 제품이 만들어지는 실의 여정처럼 자신의 삶을 창조하며 일구어가는 난민여성의 위대한 삶, 그리고 그들과 긴 여정을 함께 하며 지원하는 여성들의 삶, 모두 우리 모두가 지켜내야 할 권리이고 존엄한 삶이었다.
난민을 이해하는 데는 특별한 이론이나 가치가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동백친구들은 여성, 난민의 정체성을 떠나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는 기쁨이 더욱 컸다.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것은 어떤 큰 가치와 이념이 아닌 궁극적으로 성별, 종교, 나라, 문화 등 차이를 넘어 서로를 존재 자체로 바라 볼 수 있는 것, 모든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며 끊임없이 우리를 평화로 나아 갈 수 있도록 자극하는 힘일 것이다.
누군가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 본다는 것
'전쟁'이라는 키워드는 어쩌면 지금 세대가 겪어 보지 못한 일이라 추상적이고 몸으로 와 닿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존재로서 사람과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의 온전했던 삶이 송두리째 전쟁으로 어떻게 되는지를 몸과 마음으로 느꼈다.
난민을 만나기 이전의 동백학생들은 미얀마 내전이 끝났다고 그냥 기뻐하겠지만, 이제 동백학생들에게 미얀마 내전이 끝났다는 소식을 전하면 모두 부둥켜 안고 울며 춤추며 온 마음으로 기뻐할 것이다.
동백학생들은 난민친구들을 만나고 쉴틈 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18살 배낭은 "제가 잘 울지 않는데 이렇게 누군가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본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라며 눈시울 붉히기도 했다.
14살 메이는 "난민들 만나기 전에는 저의 행복은 뭐가 맛있다. 뭐가 웃겼다 등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뭔가 행복의 깊이가 달라졌어요. 숙소 들어와서 에어컨을 켜고 따뜻한 물로 씻는데 계속 생각이 나는 거에요"라며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14살 나우는 "처음에 많이 긴장하고 조심스러웠는데 만나보니 너무 우리 같은 또래이고 함께 놀고 춤추고 할 때는 이 친구들이 난민이라는 사실조차 잊었어요. 하지만 우리 또래인데 전쟁으로 인한 슬픔을 겪었고 그런 부분이 너무 마음 아팠어요. 이렇게 함께 서로의 문화를 나누고 교류하니 그냥 평범한 대안학교 교류를 한 느낌이었어요. 빨리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16살 도하는 "이제 저에게 평화는 웃음이에요. 그 친구들의 예쁜 미소를 볼 때 저는 큰 평화를 느꼈어요. 친구들과의 이별이 너무 슬펐는데 언제나 그 친구들의 웃음을 보고 싶고 평화와 희망을 안겨주고 싶어요"라며 짧은 만남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