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대가 로프로 되어 있어 그물과 작업공간 사이에 쉽게 큰 틈이 발생한다. 이 틈으로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그러나 사고가 난 컨테이너선 상부는 32미터 높이임에도 차마 안전난간이라 부를 수 없는 로프와 그물망이 설치되어 있어 산업안전보건법 기준을 전혀 충족하지 못했다. 상부 난간대는 그마나 금속제 파이브를 대신하여 철제 와이어로 되어 있었지만, 중간 난간대와 하부 난간대는 전혀 힘을 받을 수 없는 로프만 가로질러 있었고, 발끝막이판도 없었다. 난간기둥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니라 90도로 눕혔다 폈다 할 수 있게 되어 있어 힘을 제대로 지탱할 수 없는 구조였다. 그 결과 로프와 그물망은 손쉽게 흔들렸고 30센티미터가 훨씬 넘는 틈이 쉽게 벌어졌다.
결국, 원청의 작업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획에 없던 야간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는 추락 방지 역할을 전혀 할 수 없는 그물 틈 사이로 떨어져 사망하게 된 것이다.
제한적인 작업중지명령
이번 사고는 컨테이너선 상부에 '랏싱브릿지'라는 대형 철구조물을 탑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에 노동부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작업과 동일한 작업을 '랏싱브릿지 탑재작업'으로 해석하여 한화오션에서 건조 중인 컨테이너선 9척의 랏싱브릿지 탑재작업에 대해서만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이 같은 노동부의 작업중지명령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사고의 근본 원인이 랏싱브릿지 탑재작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추락 방지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 허술하고 위법한 안전난간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화오션에서 건조 중인 컨테이너선 9척의 상부는 모두 사고 장소와 마찬가지로 로프와 그물망으로 된 허술하고 위법한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사고의 근본 원인에 따라 판단할 때, 랏싱브릿지 탑재작업에 대해서만 작업중지명령을 내리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사고 장소와 같은 조건의 허술하고 위법한 안전난간이 설치된 모든 컨테이너선 상부작업 대해 작업중지명령을 내리는 것이 맞는가? 작업중지명령의 목적과 취지에 따르면 당연히 후자여야 한다. 법 이전에 상식적인 판단만 해도 당연히 후자여야 한다.
그런데 노동부는 기업의 생산 차질을 의식했는지, 최대한 법위를 축소하여 잘못된 작업중지명령을 내려놓고는 아무리 항의해도 그 잘못을 바로잡지 않고 있다. 그래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한화오션의 수많은 노동자는 동료가 추락한 상황과 똑같은 조건의 컨테이너선 위에서 계속 작업을 하고 있다. 노동부의 잘못된 작업중지명령이 노동자들을 오늘도 똑같은 죽음의 위험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사고가 발생하자 매우 이례적으로 다음날 즉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9월 18일엔 앞으로 3년 동안 무려 2조 원을 안전에 투자하겠다고 언론에 홍보했다. 그리고 노동부에 작업중지 해제를 요청해 9월 24일 작업중지 해제 심의위원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