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하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해안 테크길저 멀리 용머리해안과 목포대교가 보인다.
한현숙
왼쪽에는 목포대교와 용머리 해안이, 가운데는 유달산을 배경으로 한 유달 유원지가, 오른쪽에는 목포항과 선박들이 시원한 바다를 끼고 펼쳐졌다. 바닷길을 뚫은 듯 쭉 뻗은 해상테크길과 빨간 풍선을 매단 듯 종일 움직이는 케이블카가 잘 어울렸다. 어서 저 풍경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여름 바닷가 산책길에 나섰다.
고하도 해상테크길의 초입은 귀여운 암석으로 시작한다. '토끼와 소녀'라는 이름에 걸맞게 바위는 정말 앙증맞은 토끼와 목이 긴 소녀가 마주한 모습이다. 그리고 용머리까지 길게 이어진 바닷길, 잔도! 이 테크길이 없었다면 유람선을 타야만 가능했을 일인데, 기암절벽을 마음껏 구경하며 바닷바람을 쐴 수 있었다.
양산과 모자를 챙겨 강한 햇빛을 버틸 준비를 하며 나섰다. 멀리 솔 숲 사이로 보이는 고하도 전망대, 눈높이로 펼쳐진 유달산, 명량대첩 후 고하도에 머문 이순신을 기리는 동상, 용섬이라 불리는 고하도의 마스코트 마냥 비상하는 용머리상 옆에서 올려다본 목포대교! 우람한 교각들이 굉장한 바람을 일으키는 듯 시원하게 솟아 있었다.
소나기까지 더해진 이 산책길이 더 좋았던 것은 테크길 양옆에 즐비한 시(詩) 덕분이었다. 목포의 삶을, 그들의 시절을, 바다의 마음을 그리는 느긋한 시간! 목포시(詩) 문학회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저녁 무렵 도착한 목포의 갓바위 앞에서 느낀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로움! 목포 8경의 하나인 천연기념물인 갓바위는 해수와 담수, 풍화와 해식 작용이 세월을 통해 만들어 낸 작품이다. 삿갓을 쓴 사람의 형상에 병든 아버지를 모시던 효자의 애틋한 사연까지 얹으니 그야말로 자연이 빚어낸 전설이 탄생한 것이다.
갓바위로 가는 길, 남도의 사투리가 정겹게 들리고, 바다와 절벽에 반사된 노을빛이 눈부시다. 영산강변을 따라 설치한 해상보행교 위에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