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씨가 청소년 시절을 설명하며 어슐러 K. 르 귄의 『빼앗긴 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김효원
독서 없는 인생은 진정한 삶이 아니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에서 숏폼이 유행하며 집중력을 도둑맞는 요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씨는 그 이유로 '통찰력'을 제시했다. 책은 독자가 오래된 지식을 깨우치게 하고 삶에 대한 풍부한 방향성을 알려준다. 그는 독서를 고급 취미라고 생각하지 말고 쉬운 것부터 천천히 읽으라고 조언했다.
김씨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을 예로 들며 독서의 즐거움을 설명했다. 이 SF 소설은 인간의 생각이 통제되는 사회를 경고하고 있다. 주인공 가이 몬태그는 다른 이들이 책을 읽는 것을 보고 뒤늦게 독서의 즐거움을 깨닫는다.
김씨는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아이들이 직접 깨우치는 독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가 깨달음 없이 나열된 글자만 읽어 내려간다면 책의 즐거움을 알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책은 아이들에게 세상을 이해하는 프레임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독서는 유년 시절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청소년기에 경험하는 독서는 사회 문제와 자아 정체성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김씨는 이러한 독서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어슐러 K. 르 귄의 <빼앗긴 자들>을 소개했다.
이 책은 1974년 출간됐으며 우라스와 아나레스라는 두 쌍둥이 행성을 그린 SF소설이다. 이야기에서 우라스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립하는 별이고 아나레스는 권위와 지배에 반대하는 사상인 아나키즘 사회다. 그는 "소설 제목은 두 행성 모두가 다른 쪽의 장점을 얻을 기회를 잃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획일성이 지배하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독서는 김씨의 직업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중장년 시절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를 읽었다. 이 책은 법률가도 문학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말하는 인문서다.
훌륭한 판사로 나아가기 위해선 사람들에게 공감할 줄 아는 '문학적 재판관'이 돼야 한다. 이는 소설 독자처럼 개별 사건의 맥락과 인물의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김씨는 "이 책을 읽고 죄질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음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바벨탑' 작품이 화제 된 적 있다. 이 작품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 소설 <바벨의 도서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으며 수많은 육각형 방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도서관을 형상화한 설치 예술이다.
김씨는 이 작품을 언급하며 "책을 읽으면 지식을 얻을 수 있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지식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권을 읽는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것을 깨우친 신과 같은 존재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박식함을 과시하며 살지 말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