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기 전 학교에 다니는 10여 년은 아이들이 혼자로 우뚝 서는 방법을 실험해보는 곳이다.(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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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란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피크닉 장소가 아님을 어른들은 안다. 성인이 되면 아이는 부모나 선생님이라는 우산 없이 폭우 속에 서게 될 테다.
그렇다. 세상은 햇살보다 폭우에 가깝다. 부모가 평생 우산이 되어줄 수는 없으니 아이는 홀로 폭우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긴 시간 몸에 익혀야 한다.
성인이 되기 전 학교에 다니는 10여 년은 그래서 성적을 올리는 곳이 아니라, 아이가 혼자로 우뚝 서는 방법을 든든한 우산 아래서 이렇게저렇게 실험해보고 실패해보고 다시 도전해보고 자기에게 잘 맞는 생활 패턴과 공부 패턴을 찾는 곳이다.
하루를 부모의 간섭 없이 자기 마음대로 살아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크게 엇나갈 수 없는 것이, 그곳에는 아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들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우리집엔 두 딸의 서로 다른 학교 가는 루틴이 있다. 각자 10대 후반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은 것들이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자기에게 가장 잘 맞기에 선택했겠지 싶다.
루틴 속에서 엄마인 내 역할 역시 딸들이 정한다. 큰딸은 혼자 일어나고 혼자 준비하고 아침을 안 먹고 혼자 학교에 간다. 내 손길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나는 자주 아침을 먹는 게 어떠냐고 묻긴 하지만, 딸의 루틴을 존중한다. 실은 아침밥을 안 만들면 내가 너무 행복해서도 좋다.
작은딸은 일어나야 할 시간과 아침에 먹고 싶은 밥 종류를 전날 밤에 나에게 문자로 남겨둔다. 나는 작은딸을 위해 아침에 7시에 일어나 깨워주고 밥을 만들어 준다. 나머지는 혼자 알아서 준비하고 간다.
계획성이 높은 작은딸이라 계획대로 되는 데 기쁨을 느낀다는 걸 알고, 무계획성이 높은 나는 딸에게 최대한 맞춰주려 안간힘을 쓰며 산다. 딱 성인이 될 때까지, 그러니까 이것도 마감이 있는 일이라 참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