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현습지 하식애로 땅거미가 내린다. 수리부엉이가 활동을 시작할 시간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오후 6시가 조금 지나자 사위는 점점 어두워져 갔다. 구름도 제법 낀 날이라 해는 벌써 구름에 담겼는지 넘어갔는지 알 수 없었고, 그 덕분에 어둠은 벌써 찾아왔다. 땅거미가 내리는 시간. 이 시간이 바로 수리부엉이가 활동을 시작할 시간이다.
이들은 이 시간 마치 기도하는 이들처럼 조용히 서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난 15일처럼 녀석들이 하식애에서도 시야가 확 트인 바위틈에 머무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 앉은 그곳엔 수리부엉이 부부는 없었고 주변을 찾아봤지만 이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따라서 이날은 무성한 수풀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하식애 수목 사이에서 들려오는 녀석들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수리부엉이는 오랜 습성상 덩치가 큰 암수가 각각 다른 곳에서 잠을 자고 일몰과 함께 잠에서 깨어나 사냥을 나갈 준비를 하게 되는데 그 준비를 위해서 우선 하는 일이 목청을 가다듬고 울음을 우는 것이다. 먼저 수컷이 '우우~~' 울면 그다음 암컷이 따라 운다.
그들의 행동은 운다기 보다는 마치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것처럼 보였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곧 사냥을 나갈 것을 서로에서 확인하는 것인 동시에 사랑을 확인하는 그 오래된 세레나데.
팔현습지 하식애는 팔이와 현이의 집... 그 앞에로 길을?
▲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부부의 사랑 이야기 금호강 팔현습지의 깃대종이자 명물인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의 지극한 사랑 이야기가 화제다. 우선 그들의 사랑의 하모니 세레나데를 들어봤다. ⓒ 낙동강 수근수근TV
수리부엉이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도 그들이 내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통해 그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기에 이날 이곳에 모인 이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그들의 소리에 집중했다. 날이 너무 무더워 기다리기 조금 지쳐갈 무렵 마치 시간 설정이라도 해둔 것처럼 녀석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묵직한 베이스로 수컷 '팔이'가 먼저 노래를 시작하면 약간 하이톤의 메조소프라노로 암컷 '현이'가 화답한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사자성어는 딱 이런 모습을 이르는 말일 것이다. 녀석들은 한참을 울다가 '팔이'가 먼저 훨훨 날아갔다. '현이'는 홀로 남아 잠시 더 울다가 역시 '팔이'가 날아간 방향으로 날아갔다. 역시 부창부수(夫唱婦隨).
바로 이것이 18일 저녁 6시 45분에서 7시 사이 금호강 팔현습지 하식애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것은 지난해 6월부터 이들이 목격된 이후 계속해서 그곳에서 목격되고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이곳 팔현습지 하식애는 이들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의 주 서식처 즉 이들 부부의 집이라 볼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