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노산 표지어쩌다노산 표지
은행나무
임신이 어렵다는 판정을 받은 작가가 시험관 시술로 너무나도 쉽게 마흔에 첫 임신을 하고 마흔이 훌쩍 넘어서 의도치 않게 또다시 임신을 해서 겪게 되는 육아의 고충이 주된 이야기이다. 레즈비언 친구인 유화의 꿀벌 육아와 대비해서 이야기를 전개해내간 점도 독특하고 재밌었다.
생각해 보면 모성은 따듯하고 관대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외로움과 결핍을 베이스로 한 두려움과 설렘이 있고, 긴장과 각성을 요구하며 방어력과 초인적인 힘이 필요한, 야만적이고도 파괴적인 강력한 감정이다. 그 정도는 되어야 나와 내 새끼를 지킬 수 있다. - 43p
사실 강아지만 키워봐도 매일 산책시키기도 쉽지 않고 생명체를 보살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산후우울증으로 뉴스 면을 도배하는 아기 엄마도 있으니깐. 게다가 각종 혐오로 얼룩진 한국사회에서 주거지나 사회적 지위로 차별과 배제가 횡행하는 현실과 높은 사교육비는 여러 두려움에 빠지게 한다.
그래서인지 주변엔 은근히 딩크족도 종종 보인다. 나는 미혼이라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산간벽지 생활이 좋아도 병원 때문에 도시로 나가 산다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노산이든 늦은 나이에 육아든, 결국 그걸 헤쳐 나가는 길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 밑바탕은 바로 충분한 대화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갖고 있는 두려움, 불안함, 부담감을 함께 털어놓고 이야기 나누고 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함께 찾아 나갈 때, 동지애도 싹트고 따스한 가정을 만들어 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그렇다면 쌔근쌔근 잠자는 아기천사와 함께 모든 걱정과 시름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게 바로 가정이 주는 안정감과 행복감이란 생각이 든다. 노산이든, 딩크족이든, 미혼이든 각자의 선택과 상황이 있지만, 모든 이들이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며 따뜻한 가정을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
잠든 태랑을 가만 내려다보았다. 인간이 천사를 상상할 때 왜 날개를 단 아기를 그리는지 알 것 같았다.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신비한 존재에 대한 찬사일 것이다. 나는 태랑의 작은 손에 내 손가락을 넣어보기도 하고 머리를 쓰다듬다가 급기야 통통한 볼에 입을 맞춘다. 아이가 내쉬는 달큼한 숨 냄새를 한껏 맡았다. 태랑은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 38p
어쩌다 노산
김하율 (지은이),
은행나무,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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