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2023년 8~10월 걸었던 '포항의 길'. 그는 호미반도 둘레길, 해파랑길(포항 구간), 포항 철길숲 등을 걸었다.
도서출판나루 제공
"길을 나서야만 길이 보인다. 그리고 사람이 보인다. 마침내 그 지역이 보인다. 나는 그 길에서 쇳물 도시로만 여겼던 포항의 숨겨진 얼굴들, 원래의 모습들을 보았다. 길은 목적지가 아니라 그 여정 자체가 목적이다. 이번 여정이 가르쳐준 하나의 큰 메시지는 철의 도시 포항, 산업도시 포항, 그 포항의 남쪽과 북쪽, 그리고 포항 안에도 철(鐵) 이전에 길이 있었다는 것이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하 이름만 표기)이 오랜만에 책을 펴냈다. <서귀포를 아시나요>(2019) 이후 5년만이다. 도보여행에 관한 책이지만, 지역은 제주가 아니다. 포스코와 해병대, 대게와 과메기로 널리 알려진 포항이 주인공인데, 더 정확하게는 '포항의 길' 이야기다. <철(鐵) 이전에 길이 있었네>(도서출판 나루)는 2023년 8·9·10월 세 차례에 걸쳐 서명숙이 걸었던 호미반도 둘레길, 해파랑길(포항 구간), 포항철길숲에 관한 '주관적 도보여행기'다.
"예순이 넘도록 가본 적이 한 번도 없고, 못 가본 데 대한 아쉬움도 없었던 도시" 포항은 서명숙에게 그저 스쳐 지나간 '산업도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던 차에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의 초청으로 올레길 특강을 하면서 포항에 발을 내디뎠다. 특강의 인연이 그를 '포항의 길'로 이끌었고, 포항에 대한 그의 선입견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2022년 포항시민들과 호미반도 둘레길을 처음 걸었던 그는 "긴 세월 포항에 대해 품고 있었던 기존의 이미지가 와장창 무너져 내렸다. 포항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도시가 아니었고, 철 하나로만 존재하는 도시가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다정하고 순박한 갯마을과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광의 호미반도 해안가, 놀라우리만치 다양한 성분과 모양의 암석과 암반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에서 말을 건네는 갈매기들이 그를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