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월출산을 배경으로 한 도갑사의 대웅보전절마당의 연등과 느티나무가 고즈넉하다.
한현숙
8월의 일요일 오후, 영암 도갑사는 한 폭의 그림처럼 고즈넉했다. 툇마루(광제루 회랑)에 앉아 여름비에 촉촉이 젖는 대웅보전 절마당을 바라보고 있자니 부러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 월출산을 배경으로 선 느티나무와 석탑, 절마당을 수놓은 연등과 풍경소리! 어느새 나를 다독이는 그림이 되어 위로하는 듯했다. 소박하고 한적한 이 풍경은 오랜동안 나의 고단함과 피로를 사라지게 하리라.
우연히 방문한 도갑사는 나중에 알아보니 엄청난 절이었다. 천년고찰로 신라 말 도선이 창건하였다고 한다. 절마당 한가운데 있었던 느티나무, 숙종 8년(1682)에 제작되었다는 5M 길이의 수조, 고려시대 5층 석탑, 미륵전의 석보여래좌상(보물 제89호)까지.... 아는 게 없어 보이지 않았던 많은 문화유산을 좀 더 세밀히 보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밀려온다.
특히 도갑사 석조여래좌상은 원래 실외불상이었는데 더 잘 보전하기 위해 전각을 세워서 실내 불상이 되었다고 한다. 여느 실내 불상이 대부분 금으로 만들어진 것과 다르게 석불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절마당에서 중층으로 보이는 대웅보전에 들어가니 내부는 통층이었다. 고개를 높이 들어 천장을 살피고 석가모니부처님을 바라보았다. 그 자애로움이 전해져 다시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석가모니불만 주불로 모신 '대웅전'과 달리 '대웅보전'은 석가모니불과 다른 부처님을 함께 모신 곳이라 한다.
우리나라 사찰 중 중층 전각은 법주사 대웅보전, 마곡사 대웅전, 무량사 극락전, 화엄사 각황전 4개뿐인데, 도갑사 대웅보전은 2009년 복원되면서 중층 전각이 되었다고 한다. 두 손 모아 간절한 마음으로 절을 올리고 우리 가족의 명훈가피를 빌며 감사 기도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