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풍군 중면 실향민들이 추석을 앞두고 김포 검단에서 망향제를 드리고 있다.
이혁진
실향민들이 추석을 명절로 쇠는 건 남북한이 비슷하다. 그러나 이를 대하는 마음가짐은 사뭇 다른 것 같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2000년대 초반에 북한을 벗어나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북한이탈주민)들은 이곳 추석 명절에 대해 놀라는 점이 두 가지다.
북한에서는 추석이 하루만 명절(휴일)인데, 남한은 3일이나 내리 쉰다는 것이다. 북한은 당일 벌초하고 묘지에서 차례를 지내기에, 그 하루도 짧고 바쁘다고 한다.
또 하나는 남한은 추석 명절에 쉬거나 여행을 가는 등 연휴 분위기인데 반해, 북한은 좀 더 경쟁적이라는 것. 가족들이 모여 전을 부치고 술과 음식을 장만해 조상을 기리는데, 동네 중 누구의 집이 음식을 더 잘 차렸는지 경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더불어 원래는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인사를 해야 하지만, 이날만은 이들 동상에 인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조상이 수령보다 더 중요한, 아주 큰 명절로 친다는 것이다.
탈북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북한이 남한보다도 옛 추석 명절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것 같다. 한 탈북민은 "추석은 북한 정권이 주민 다독이는 데 활용하는 일종의 정치적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이 말하는 사회주의나 독재 체제와 추석이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옛날부터 내려오던 전통이기에 추석 명절을 예외적으로 특별히 정권이 묵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탈북민을 포함한 대다수 탈북민들은, 한국에 온 뒤에는 북한에서와 같은 모습의 추석은 쇠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북에 부모와 가족을 두고 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다. 또한 한편으론 생계가 급하고 먹고살기가 여의치 않은 현실적 여건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탈북민들은 추석을 맞아 집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고, 추석을 전후해 임진각 망배단을 찾아 고향인 북을 향해 차례를 드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추석 전전날'이 왜 이산가족의 날이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