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22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관해 사전 브리핑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A대학이 30년 동안 뽑은 학생들을 살펴보니,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적으로 10% 더 많이 선발됐다. A대학에는 매년 같은 수의 남성과 여성이 지원하고, 남성과 여성의 평균 수능과 내신 점수는 거의 차이가 없다. 이 10%의 격차는 우연으로 넘어갈 수 있는 차이인가?
우연일 수가 없다. 한두 해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30년의 평균이 10% 차이가 난다는 것은 선발 과정에서의 편향 또는 구조적 문제의 존재를 암시하는 것이다. 최대로 들 수 있는 벤치프레스 무게를 반영하는 선발 전형이 있다거나, 여성이 적게 지원하는 경향이 있는 공대나 군사학과의 존재 때문일 수도 있다. 통계적으로 우연이 아닌 일은 이유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불균형한 학생 선발을 대학이 의도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현상은 합리적인 설명을 필요로 한다.
보수 정권에서 세입 늘려 잡아 주는 기획재정부
나는 지난해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문민정부 이후 기재부를 비롯한 대한민국 예산당국이 보수정권에서 편향적으로 세수를 과대 예측해 왔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예산당국은 민주당 정권에서는 4.2%만큼 세입을 줄여 잡아 예산 지출을 제약해 초과세수를 발생시키고, 보수 정권에서는 세입을 과대추정함으로써 그만큼 가용 예산을 더 부여했다.
결과적으로 기재부는 줄잡아 2024년 기준으로 약 30조 원의 국세수입을 예산 편성 시점에 보수 정부에게 더 제공했다. 1993년 이후 보수정권에서 예산을 편성한 15년 동안 5% 이상 세입을 과대추계한 적은 7번인데, 민주당 정권에서 예산을 편성한 경우에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통계적으로 우연히 이런 격차가 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합리적인 설명을 필요로 하는 현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결손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이런 경향성은 다시 확인되었다. 상반기까지 결손 규모가 10조 원에 이르고, 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추계에 따르면 결손규모는 연말까지 23조 2000억 원까지 불어날 것이라 한다. 왜 기재부는 보수정당만 집권하면 세입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인가?
기재부의 답변은 "정부별로 세수추계가 달라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5년 치 평균을 내면 세수오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명백하게 데이터는 정부별로 세수 추계의 방향성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통계적 사실 자체는 기재부가 "말이 안 된다"라고 부정한다고 해서 부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5년 치 평균을 내면 세수오차가 크지 않다'는 해명은 더욱 이상하다. 지금 문제가 되는 부분은 편향성이지 전체 평균 오차가 아니다. 지난 5년의 편향성은 어느 때보다도 문제적이다. 문재인 정부 기재부가 편성한 2021년과 2022년 세입예산은 각각 17.8%와 13.3%의 오차를 내며 2년간 100조 원 이상 과소추정을 하더니, 윤석열 정부에서 편성한 2023년(-14.1%)과 2024년 예산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어마어마한 결손을 내며 세입을 과대 예측했다.
합산하면 결국 2020~2024년 5년 간의 평균 세수오차율은 1.7%(2024년 오차율은 조세연 예측에 기반)에 불과하지만, 절대적 평균오차율(오차의 크기만으로 계산한 평균)은 10.8%에 달한다. 지난 30년간 평균을 내면 세수오차율은 1%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정권이냐는 변수로 갈라 보면 숫자는 양수와 음수의 반대 방향으로 질주한다.
또 등장한 낙관적 예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