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멈춘것 같은 러닝머신기계
송미정
더위는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헬스장 두 달째. 이젠 헬스장까지 걸어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몸의 회복과 나의 건강을 위해 모자를 눌러쓰고 나간다. 헬스장에 가는 것부터가 벌써 운동이다. 땀이 비 오듯 난다. 늘 그렇듯 귀에 이어폰을 꽂고 열심히 걸어본다.
예전에는 러닝머신 타면서 텔레비전 보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거의 텔레비전 안 보고 핸드폰들을 본다. 또 달라진 풍경은 아주머니들은 보통 러닝머신만 많이들 타고 가셨는데, 지금은 근력 운동을 다들 열심히 하신다. 나이가 좀 많아 보이는 아주머니가 데드리프트 근력 운동 하는 걸 거울로 보고 흠칫 놀랐다.
나는 그분보다 훨씬 젊지만 아직은 못하는 근력 운동이다. 예전에는 러닝머신 차례를 기다려야 했었다면 요즘에는 근력 기구들의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오늘은 정말 가기 헬스장 가기 싫다. 뭐 매일매일 가기 싫다. 매일 하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그날 밤이 찜찜하다. '헬스장 가면 뛰지 말고 살살 30분만 걷다 내려오자. 나는 유방암 환자잖아, 너무 무리하면 못써. 운동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거야'라며 마음으로 타협하고 나의 몸뚱이를 끌고 나간다.
그런데 이상하게 막상 헬스장에 가면 뛰고 싶어 심장이 뛴다. 한 술 더 떠 '10분만 더 하면 40분이나 타는 거잖아'라면서 마음이 또 나에게 말을 한다. 그럼 나는 홀랑 넘어가서 40분을 타고 내려온다.
땀에 흠뻑 젖은 내가 너무 멋있다. 절대 못할 것 같았는데 또 해냈다. 매트에 누워 또 못할 것 같은 윗몸일으키기를 한다. 그럼 또 몸이 일어나진다. 이렇게 나는 매일 만보씩을 차곡차곡 쌓아둔다.
암에 걸리기 전에는 몸과 마음이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몸이 피곤하다고 말해도 정신이 나약한 거라 생각하고 나를 밀어붙였다. 암에 걸리고 나니 몸이 안 좋으면 정신까지 피폐해지는 것을 느꼈다. 정신이 피곤해지지 않게 이제는 걷기로 마음까지 치유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