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언제나 물음표로 가득하다
픽사베이
처음 사주를 본 건 스물아홉 살 때였다. 채점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학원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10년 가까이하다가 다른 직업을 가지기 위해 회사에 퇴직 의사를 밝혔을 때 주위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성공한 사람 본 적이 없다, 이제 곧 서른 살이다, 이 일 더 하다가 적당한 사람 있으면 결혼해라.'
심지어 부모님도 내가 강사 일을 계속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1년 내로 결판을 짓겠다며 계획도 미리 다 짜두고 결심도 굳혔으며 심지어 자신도 있었는데. 마침 친한 친구가 사주 잘 봐주는 곳을 소개 받았다면서 같이 가지 않겠냐고 했다. 친구는 유학을 준비 중이었다.
두 번째는 결혼 후 남편의 퇴직을 앞두고였다. 여러 사정으로(결정적으로 남자의 육아 휴직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었는데 한 집안의 가장이 직장을 그만두는 건 가족 전부에게 큰 도전이었다.
나는 무조건 찬성했지만 나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 양가 부모님부터 직장 동료, 친구들이 하는 걱정의 말을 많이 들어야 했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직을 한다는 건 생계 곤란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고심 끝에 남편은 예정했던 대로 사직서를 냈고 그 다음날 우리는 사주를 보러 갔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에 사주를 봤다. 직장 동료 한 명이 먼저 다녀왔고 줄줄이 소시지처럼 다른 동료들도 다녀왔다고 했다. '그곳'에 다녀온 뒤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게 다녀온 동료들의 공통된 후기였다. 앞서 두 번의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도 흔쾌히 '줄줄이'에 엮여보기로 했다, 여전히 재미를 이유삼아.
예상했던 대로 특별하거나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나는 공부를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유형의 사람이고 예술적 재능이 많아 그림이나 글, 요리 쪽에 관심이 많아 사부작사부작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이제까지 살아온 삶보다 앞으로 더 잘 풀린다고도 했다(재물 운이 많지는 않다는 말에는 나도 모르게 짧은 탄식이 나왔다).
누구에게 적용해도 무방할 이야기였지만 '나랑 너무 딱 맞잖아!' 신기해 하며 책을 계속 읽고 글을 더 열심히 써야겠다고, 지금보다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효과가 없는 약제를 진짜 약이라고 생각하고 복용하면 환자의 증세가 호전되는 현상(플라시보 효과 또는 위약 효과)처럼 글에 재능이 있는 사주라는 말에 나는 오늘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있으니 아주 헛걸음은 아닌 걸로 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