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걱정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일터기후정의공론장] 907 기후정의행진에서 만나요

등록 2024.09.02 10:36수정 2024.09.0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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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11일 기준 5월 이후 전국의 온열 질환자는 사망 20명을 포함해 2141명으로 집계되었다. 폭염 경보 및 특보 재난 문자가 수시로 온다. 기후 변화에 별 관심 없던 사람들조차, 요즘 날씨가 이상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이 와중 서울시는 그린벨트 구역을 해제하고 8만 가구의 주택을 추가 공급한다고 한다. SNS를 보면 특히 젊은 세대에서 기후 우울 및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인류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기후 불안(Climate anxiety) 또는 생태 불안(eco-anxiety)은 기후 변화와 그 영향에 대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우울 및 불안의 종류이다. 증상이 심한 경우 심박수가 증가하거나 숨이 가빠지는 생리학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학교나 직장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사회적 관계를 잘 맺지 못하거나 폭력이나 약물 남용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농부, 과학자 등 기후 변화에 민감한 직업군에서도 확인되며, 2017년 미국 심리학회는 우울 장애의 일종으로 '기후 우울증'을 정의하기도 하였다. 2021년 호주, 브라질, 핀란드 등 10개 국가에서 1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이 기후변화에 대해 걱정하고 있으며, 그들 중 50% 이상이 슬픔, 불안함, 분노, 무기력함, 죄책감 등을 호소하고, 45% 이상이 일상과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응답하였다.

2022년 미국 예일대에서 18세 이상의 성인 1085 명 대상으로 기후 불안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난 2주간 여러 일 동안 기분이 처지고, 우울하며 무망감(hopelessness)을 호소한 사람이 10%,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감정을 토로하고자 상담을 받고자 했던 사람이 10%로 확인되었다.

이에 대한 심리학적 설명은 크게 2가지로, 첫 번째는 멸종이 다가오고 있다는 두려움(apocalyptic fear), 두 번째는 이미 목도하거나 앞으로 올 상실에 대한 슬픔, 의존, 죄책감 등이 복잡하게 얽힌 감정이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리스 반 서스터렌은 이를 외상 전 (前) 스트레스 장애라고 이름 붙이기도 하였으나, 우리가 정말 '이전 상태'에 있는 건 아니다. 전 세계에는 이미 홍수, 가뭄, 산불 등 재해로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기후불안은 외상 후 스트레스이며, 이런 재난을 직접 겪지 않는 사람도 정신적 외상을 입을 수 있다. 저소득층, 아이, 노인, 만성 질환자, 정신질환자,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과 같이 건강 자원이나 인프라가 취약한 계층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이 어렵고 고립되기 쉬워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24 기후정의행진이 9월 7일 오후 강남역 일대에서 열린다.
2024 기후정의행진이 9월 7일 오후 강남역 일대에서 열린다.907기후정의행진조직위원회

심리학자나 정신의학자들은 기후 불안이 심각한 심리학적인 문제이지만 이를 개인화하거나 의료화하는 대신, 이를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로 치환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한다. 생태주의자인 로르 누알라도 <지구 걱정에 잠 못 드는 이들에게>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조언한다.


'흔들리면 흔들려야 한다. 이를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충분히 미래를 애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분노, 두려움, 죄책감, 우울감 모든 것을 느끼되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타인과 교감하자. 나와 세계가 연결되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고통의 원인이자 열쇠가 될 수 있다. 그 열쇠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춤추고 웃고 떠들면서, 문제를 정확히 직면하고 할 수 있는 곳에서 저항하자.'

우리도 산업 전환에 불안한 노동자, 지역주민, 기후로 인해 생계 유지가 어려워진 농어민, 기후로 인해 불안한 모든 사람 다 같이 9월 7일 기후정의행진으로 모이자.

*참고 자료
- https://www.hani.co.kr/arti/area/area_general/1153161.html
- HICKMAN, Caroline, et al. Climate anxiety in children and young people and their beliefs about government responses to climate change: a global survey. The Lancet Planetary Health, 2021, 5.12: e863-e873.
- Leiserowitz, A., Maibach, E., Rosenthal, S., Kotcher, J., Carman, J., Verner, M., Lee, S., Ballew, M., Uppalapati, S., Campbell, E., Myers, T., Goldberg, M., & Marlon, J. (2023). Climate Change in the American Mind: Beliefs & Attitudes, December 2022. Yale University and George Mason University. New Haven, CT: Yale Program on Climate Change Communication.
- Dodds J. The psychology of climate anxiety. BJPsych Bull. 2021 Aug;45(4):222-226. doi: 10.1192/bjb.2021.18. Erratum in: BJPsych Bull. 2021 Aug;45(4):256. doi: 10.1192/bjb.2021.58. PMID: 34006345; PMCID: PMC8499625.
- 로르 누알라, 지구 걱정에 잠 못드는 이들에게, 헤엄, 2023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9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유형섭 님은 한노보연 기후정의팀 회원입니다.
#기후정의 #기후우울 #기후불안 #기후위기 #기후정의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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