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입장 밝히는 한동훈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내 자본시장과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남소연
'상속세 감세'와 '금투세 폐지'는 설득력이 없다
무인도 주민이 합의할 과세의 우선순위에 비추어, 정부가 계획하는 상속세 축소와 금투세 폐지 정책을 평가해보자. 상속세의 경우, 후손에게 물려주는 유산이 오로지 피상속인의 '노력+기여에 의한 소득'으로만 형성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를 물려받는 상속인에게는 모두 운에 의한 불로소득이 된다. 그렇다면 상속세의 우선순위는 2순위와 3순위 사이에 있다. 따라서 상속세율을 100%에서 조금이라도 낮추려면, 그에 앞서 3순위인 '노력+기여에 의한 소득'에 대한 과세를 전면 폐지해야 원칙에 부합한다.
금투세는 증권거래세를 없애는 대신 금융투자로 얻은 이익이 연 5천만 원을 넘는 경우 초과분의 20% 내지 25%(지방세를 포함하면 22% 내지 27.5%)를 거두는 세금이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2년간 유예된 상태다. 금융투자는 기업의 자본 조달에 기여하는 측면도 일부 있으므로 금투세는 상속세보다 후순위이다. 그러나 온전히 노력과 기여에 의한 소득은 아니라는 점에서, 금투세를 폐지하려면 종합소득세 중 3순위에 해당하는 부분을 먼저 폐지해야 한다. 또 금융자산에서 생기는 소득에 부과한다는 점에서 금투세와 다를 바 없는 이자소득세를 그대로 두는 것도 이상하다.
무인도 주민들도 특별한 정책적 필요성이 있다면 우선순위 원칙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데 동의하겠지만, 이런 예외에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나라살림연구소가 8월 15일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상속세 총액의 90%를 납세자 상위 1%가 부담하였고, 그 실효세율은 13.9%에 불과하였다. '중산층 보호'를 위해 상속세를 낮춘다는 명분은 설득력이 없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될 것"이라며 "1400만 개인투자자들의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하였다.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 당시 '외국으로 자본이 유출된다'던 반대쪽 주장처럼 부실하다. 상속세 축소와 금투세 폐지도 '의대 증원'처럼 세심한 준비 없이 던지는 '어퍼컷' 정책이 아닌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부자 감세의 위장술이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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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행정학부 명예교수. 사회정의/토지정책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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