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해양투기 중단 촉구 기자회견환경보건시민센터와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건너편에서 '후쿠시마 해양투기 1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일보>와 <한겨레> <경향신문>은 과학 담론을 두고도 대립했다. <조선일보>는 국내외 원자력 기구(IAEA,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와 관련 전문가들이 '후쿠시마 오염수의 국내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라고 분석한 점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 오염수 영향이 가장 먼저 도달하는 미국, 캐나다 등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특히 미국이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를 공식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에서 오염수의 생태계, 인체 영향은 거의 '0'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처리로 도입한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가 안 되는 삼중수소의 경우 한국과 중국 원전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가 수백 배 더 많다는 점에서 민주당 등 야권 등의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제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경향신문>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30년 이상 장기간 방류에 따른 '피폭 위험성'과 '과학적 불확실성'을 들어 사전주의((Precautionary Principle) 관점에서 '위험성 과소평가'라고 비판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리스크'라는 점을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국경 없는 물고기'라는 키워드를 통해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삼중수소 논란에 대해 <한겨레> <경향신문>은 삼중수소 자체의 위해성(내부 피폭, 저선량 피폭)과 정상 원전과 달리 사고 원전에서 배출되는 방사성 물질은 삼중수소 외 다른 물질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지적했다. 또 이들 매체는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용인하면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근거가 약해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의 정당성에 대한 담론 투쟁도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가 과학적으로 문제없으며, IAEA의 사전·사후 검증을 받는다는 점에서 실질적·절차적으로 해양 방류의 정당성을 획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겨레> <경향신문>은 2011년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관련 사고와 자료를 은폐하거나 불투명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 제공 데이터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IAEA의 경우 원자력 진흥 목적의 기관이라는 점과 일본의 검증 제공 자료만을 추인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기에 실질적·절차적으로 해양 방류의 정당성은 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과 핵발전소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논란은 즉각적인 가시성 확인이 쉽지 않고 찬반 담론 투쟁이 격렬하게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역사학자 스콧 놀스가 지적한 '느린 재난(slow disaster)'이자 생태문학비평가인 롭 닉슨이 개념화한 '느린 폭력(slow violence)'에 해당한다.
닉슨은 느린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느린 폭력의 가시화를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행한 일본 정부와 이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던 윤석열 정부 그리고 <조선일보>의 의도를 가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1월 <일본문화연구>에 게재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한 비판적 해석' 논문에서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선임연구원 최종민은 "일본 정부 추진 후쿠시마 부흥은 핵발전소 사고로부터의 부흥이며, 원전 재가동, 나아가 핵연료주기와도 연결되어 있다"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는 것은 "삼중수소를 다량 방출하는 롯카쇼 재처리공장에서도 해양 방류하기 위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결국 핵발전소 진흥을 위한 목적이란 분석이다. 탈핵 정책 폐기를 선언했던 윤석열 정부와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조선일보>도 같은 목적, 즉 탈핵이 아닌 찬핵 정책을 위해 스스로 '후쿠시마 오염수 홍보단'을 자처했다.
요약하자면, 2023년 8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전후해 우리 사회에 닥친 후쿠시마 오염수 논쟁은 기본적으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부지 내 저장탱크에 보관했던 오염수를 방류하면서 발생한 방사능 위험 담론 논쟁이자, 국내 핵발전소와 에너지 전환 등 탈핵 담론에 대한 담론 투쟁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찬핵 진영은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을 통해 방사능 위험은 과학기술을 통해 통제할 수 있다는 담론도 강화하고 있다. 오은정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지난 3월 발간된 <문명과 경계>에 게재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우리:3·11부터 오염수 방출까지' 논문에서 "후쿠시마의 전체적인 방사능 오염의 문제는 오염수 방류라는 단일한 이슈로 축소되었으며 이 축소된 이슈조차도 ALPS라는 기술적 장치를 통해 통제하고 관리될 수 있는가의 여부로 논쟁의 영역이 좁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이렇게 축소된 위험에 관한 거버넌스 논쟁은 위험을 인간의 과학기술을 통해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가로 상상하게 한다는 것이며, 그 논쟁의 결말은 다시 예의 그 '원자력 안전 신화'의 재구축으로 귀결이 될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2011년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폭발 사고는 '원전 안전 신화'를 붕괴시켰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12년 뒤 찬핵 세력은 이를 다시 구축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6~8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반대 대규모 거리 집회가 이어졌지만, 현재는 격감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6월 총선에서 거대 야당의 공약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국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 여론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월 23일 환경운동연합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한 결과 우리 국민 1000명 중 76.2%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5월 조사 결과 85.4%에서 9.2%P 낮아졌지만, 여전히 우리 국민의 절대 다수가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반대 여론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가시화, 조직화할 것인가에 있다. 담론 투쟁은 담론 영역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동반돼야 한다. 보수 성향의 <중앙일보>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논란에 대해 <조선일보>와 다른 논조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잠재적 위험성을 인정했다.
잠재적인 위험을 모두에게 전가하고 이를 비가시화하는 일본 정부와 일본 정부의 행태를 지지하며 원전 확대 정책을 강행하는 한국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잠재적인 위험'에 대한 더 많은 담론 투쟁이 필요하다. 탈핵운동이 전략적으로 고민할 지점도 여기에 있다.
울산대 사회학과 한상진은 우리나라 핵발전소 정책에 대해 "인간의 자연에 대한 전유를 문제 삼지 않는 무제한적인 성장을 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약자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인간에 의한 자연 착취 구조 등 사회생태적 배제" 구조가 이어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살펴봤듯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은 핵발전소 진흥 정책에 대한 의도를 진하게 깔고 있다.
최소 30년 이상 지속될(끝이 언제일지 알 수 없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사회생태적 배제를 심화시킨다. 따라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생태적 존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대중적 기반 탈핵운동 전략 마련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누구도 모두의 바다를 핵쓰레기장으로 만들 권리는 없다. 바다는 인간과 인간 너무 존재 모두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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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 그 뒤에 깔린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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