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2시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서 "전국적인 성범죄를 가능하게 한 국가를 규탄"하면서 여성 시민·대학생 30~40여 명이 모여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지영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에 분노한 여성 시민과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섰다.
29일 오후 2시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서 "전국적인 성범죄를 가능하게 한 국가를 규탄"하는 여성 시민·대학생 긴급 기자회견이 서울여성회 등 주최로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30~40명의 여성은 "성적수치심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느껴야 할 감정"이라면서 "가해자가 능욕한다고 여성들의 존엄성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외쳤다.
강남역 10번 출구를 기자회견 장소로 정한 이유에 대해,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서울여성회 박지아 부회장은 "(지난 2016년 발생한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으로 인해) 강남역이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얼마나 안전하지 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던 곳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박 부회장은 "딥페이크가 이렇게 심각한 범죄로 드러날 때까지, 소라넷부터 N번방까지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있었나"라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사이버 성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취급하며 제대로 다루지 않다가 분노가 일어나자 겨우 미온책이나 발표해왔고, 이들이 이 사건의 공범임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불안해서 잠 오지 않는다고 연락 받아... 언제까지 여성이 숨어야 하나"
이 자리에서는 이번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를 마주하는 여성 대학생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의 강나연 운영위원은 "서울경찰청에서 각 학교에 '긴급스쿨벨'을 발령하면서 피해 예방 수칙 1번으로 온라인에 개인정보를 올리거나 공유하지 말라고 했다"라면서 분노했다. 강 운영위원은 "언제까지 여성들이 숨고 피해야 하나. 가해자들이 아무리 여성들을 '능욕'한다고 해도 그들은 능욕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며칠간 친구들에게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고 인스타그램에 많은 친구들이 분노와 답답함을 토로하는 걸 봐 왔다. 이는 단순한 불안과 공포만이 아닌, 성희롱과 성폭력이 말 그대로 일상이었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와 환멸"이라고 지적했다.
고려대 여학생위원회 구성원인 '안'(닉네임)씨 역시 "대학 커뮤니티는 표면적으로는 피해자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가해자들에게 분노하지만 금세 논점이 흐려진다. 가해자 숫자가 잘못되었다면서 너의 불안이 과장됐다, 일반화하지 말라고 한다"라면서 "주변에서는 탈조, 즉 한국을 떠나는 게 답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종착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안다. 나 이외의 동료 시민과 연대해야 한다는 걸 알기에 오늘 이 자리에 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