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대학교 앞 움막청소 노동자 오순남 님이 서 있다.
이형진
"책을 읽고 지식을 얻는 것은 약한 자를 돕고 사랑할 힘을 얻기 위함이니라."
2004년 울산과학대학교에 면접을 보러 온 첫날 순자씨는 학교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포스터에 적힌 이 문구를 보고 감명받았습니다. 당시 순자씨는 학문을 공부하는 대학교는 역시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10년 후,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약한 자, 청소 노동자들은 사실상 해고를 당했습니다.
2014년 6월 당시 최저시급 5210원, 한 달에 108만 원을 받던 청소 노동자분들은 이 돈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되지 않아, 시급 790원 인상과 상여금 100퍼센트를 요구했습니다. 시급 790원 인상은 한 달 209시간 기준으로 16만5110원, 총액으로는 125만4000원입니다.
2014년 6월 16일 이 요구안을 거부한 학교 측에 맞서 청소 노동자분들은 파업에 돌입합니다. 이에 대한 학교 측의 대답은 퇴거 단행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이었습니다. 또, 울산과학대학의 청소노동자들이 농성을 하던 중, 용역업체의 계약 기간이 끝났고 고용승계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결국 해고자 신분이 되었습니다.
당시 순자씨를 비롯한 20명의 청소 노동자분들은 그들의 투쟁이 이렇게나 긴 10년의 세월을 넘길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2007년에도 울산과학대학교에선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집단 계약해지가 있었고, 이에 대한 투쟁은 79일 만에 끝났습니다. 2007년 해고는 점심 식사 제공과 울산연대노조 가입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울산과학대학교는 청소 노동자들에게 점심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고, 이에 청소 노동자분들은 함께 저항했고 이겼습니다. 노동자들은 '당시 합의서에서 총장은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문서에 서명했지만, 이 합의서는 지켜지지 않았고, 고용승계를 이행하지 않은 학교에 부당 해고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2007년 합의서 제3항: 울산과학대학은 ㈜한영의 도급계약해지로 타 업체와 계약 시 동부 캠퍼스 내에서 근무하는 울산연대노동조합원이 타 업체에 고용 승계를 원할 때는 동부 캠퍼스로 고용 승계를 담보한다).
2014년 10월 본관 1층 로비 강제 퇴거, 2015년 2월 중앙광장 천막 철거, 2015년 7월 강제 퇴거 집행, 2017년 2월 농성장 강제 철거를 당하며 서서히 밖으로 내몰린 청소 노동자들은 결국 학교 정문 앞에 비닐 천막과 스티로폼으로 만든 움막을 지었습니다. 이 허름한 움막 역시도 3천만 원이라는 큰 벌금을 물어야 했습니다. 1인당 강제 이행금 8200만 원과 압류된 통장, 지금도 늘어만 가는 빚으로 20명으로 시작한 투쟁은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4명으로 줄었습니다.
60대였던 청소 노동자들은 이제 70대가 되었습니다. 도로변 인도에 지은 열악한 천막에는 바로 앞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격한 냄새와 더불어 매연과 소음이 심합니다. 이로 인해 고령의 청소 노동자분들은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네, 모기, 쥐들을 비롯한 각종 곤충과 비위생적인 동물들로 인해 10년 내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 사용 문제입니다. 이들은 학교와 10분 거리의 대송시장 화장실을 사용했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학교 측에서 움막 옆 경비실에 있는 화장실을 몇 개월 전부터 개방하여 그나마 불편함이 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