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화백의 춘향 영정춘향의 덕성이나 기품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김현철 화백의 춘향 영정
춘향 사당
'못생긴' 춘향 영정에 발끈한 사람들
그런데 곧바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예쁜 춘향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몽룡도 못 알아볼 억지 춘향"이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국악인들은 "이런 춘향 모습으로 문화재 춘향가를 부를 수 없다"라며 "고귀한 춘향으로 다시 그려 봉안하라"라고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국악인들은 성명을 통해 "새 춘향 영정은 나이가 40~50대로 보이고 얼굴은 남장여자, 의복은 어우동을 연상시킨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반 시민들도 가세했습니다. 남원 지역의 15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남원시민사회연석회의는 "새 춘향 영정이 춘향의 덕성이나 기품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 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새로운 영정이 17세의 젊고 아리따운 춘향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지만, 도저히 10대라고 보기 힘든 나이 든 여성의 모습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몽룡도 못 알아본다, 이런 춘향의 모습으로는 춘향가를 부를 수 없다, 고귀하지 않다, 어우동 옷을 입었다, 춘향의 덕성이나 기품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 했다고 여러 가지 의견으로 반대의 의사표시를 했지만 결국 못생겨서 싫다는 말이었습니다.
결국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문화안전소방위원회는 최근 '춘향 영정 논란 해법 모색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기까지 했습니다. 참석자들은 1931년 진주 강주수씨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최초 영정을 비롯해, 친일 작가로 알려진 1961년 작 이당 김은호의 작품, 2023년 제작된 김현철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토론회 주최 측은 "앞으로도 춘향 영정 논란을 끝낼 수 있는 공론장 마련을 지속해 나갈 것이고 남원시민은 물론 도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춘향 영정 해법 모색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사람이 그리면 저기서 뭐라하고, 그 사람이 그리면 여기서 뭐라하고..."
다 알다시피 <춘향전>은 소설입니다. 그러므로 <춘향전>에 나오는 춘향이라는 인물은 가공의 인물이며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는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상상해서 이미지화하는 것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춘향의 모습도 그냥 제작자의 마음대로 당시 유명하고 예쁜 배우가 연기했을 뿐입니다. <춘향전>은 조선시대 소설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창작 시기와 작자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조선 영조, 정조 시대에 생성되어 개화기를 거치며 현재의 <춘향전>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설 속의 춘향이라는 인물을 현대에 와서 재창조하는 것은 누가 그리든 마찬가지 논란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존 인물도 아니고 애초에 소설 속 인물을 영정으로 그린다는 것 자체가 의아한 일입니다. 또 이런 일로 논란이 되고 시끄러울 거면 차라리 AI에게 맡겨 춘향 영정을 그리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제발 이런 일에 세금을 써 가며 싸우는 일은 좀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저에게 뭐라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