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된 집을 5월 초 대수리하기로 했다. 리모델링은 외벽 누수부분과 집 내부를 대수선하는 작업이다.
이혁진
우리 집은 1978년에 지어졌다. 무려 46년이 된, 서울 외곽에 자리한 오래된 단독주택이다. 수십 번의 땜질과 수리로 지금껏 버텨왔다. 몇 번 리모델링할 기회가 있었지만 건축업자들의 농간을 미리 알아채곤 포기했다. 그러는 사이 주변의 집들은 새 주인을 만나 대부분 빌라나 상가로 신축했는데, 우리 집만은 예전 그대로 남아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즈음 이곳에 이사 와 얼마 후 결혼했다. 우리 부부와 아버지, 어머니, 두 아이들까지 모두가 여기서 함께 살았다. 1992년에 어머니가 작고하시고 아이들까지 집을 나가니 이제는 아버지와 우리 부부만이 남아 집을 지키고 있다. 시간이 흐르며 집에도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았다.
긴 장마철을 싫어하는 이유
잠에서 깨어나 제일 먼저 방 천장을 보는 습관이 있다. 장마철에 비가 많이 내리면 나는 절로 예민해진다. 비가 이틀 이상 내리면 여지없이 천장에 비 흔적이 남는 탓이다. 처음엔 아기가 오줌 싼 누런 기저귀 같은 그림이 손바닥만 했는데, 어느새 점점 자리를 넓혀 천장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그럼에도 내 방은 천장을 뚫고 비가 방바닥까지는 떨어지지 않았다. 언젠가는 빗방울이 내 얼굴을 강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근거 있는 불안감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었다. 천장 뿐 아니라 외벽과 가까운 곳에도 누수로 곰팡이가 누룩처럼 자리하고 있어서다.
아버지가 계시는 안방 천장과 부엌, 그리고 화장실까지. 이런 상태는 비슷해 성한 곳이 거의 없었다. 많은 비가 내리면 급기야 화장실과 거실 천장에서 빗물이 쏟아지는데, 한심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주 어렸을 적, 비 새는 방에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걱정하던 장면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뿐인가. 오랜 비가 그치고 나면 집에는 퀴퀴한 냄새와 곰팡이가 진동한다. 내가 유독 긴 장마철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눅눅한 습기와 곰팡이에 익숙하다 보니 나중에는 내가 그런 집에 사는지도 모르고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