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천서원 강당인 ‘경의당(敬義堂)’에서 남명 선생의 생애와 사상에 관한 강의를 허권수 경상대 명예교수에게 들었다.
김종신
남명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좋아하던 송·죽·매·국의 사군자를 무척 좋아하였다. 시문 중에 이에 관해 여러 수를 남겼다. 역시 원문은 한자이고 여기서는 허권수 님의 번역이다.
국 화
춘삼월에 꽃을 피워 비단으로 성을 이루는데
국화 너는 어이하여 가을이 다 간 뒤 꽃 피우냐?
서리에 시들어 떨어지는 것 조물주가 허락지 않는 건
응당 저물어 가는 해의 다하지 못한 정을 위해서였겠지.
대에 부는 바람
세 친구 어울리던 쓸쓸한 오솔길 하나 나 있는데
한미한 사람 가장 동정하여 어려운 일 좋아하네
그런데도 싫도다! 소나무와 한 편이 되지 않고서
바람에 내맡겨 형세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소나무에 비친 달
솨솨 찬바람 소리 자주 시원스러운데
달과 어울리니 산뜻하면서도 근엄하구나
어느 곳엔들 크고 좋은 나무 없을까마는
덕 항상 지키지 못하고 이리 저리 마음 변하니.
눈 속의 매화
한 해 저물어 홀로 서 있기 어려운데
새벽부터 날 샐 때까지 눈이 내렸구나
선비 집 오래도록 매우 외롭고 가난했는데
네가 돌아와서 다시 조촐하게 되었구나.
서리 속의 국화
찬 국화 만송이에 얇은 이슬 맺혔는데
짙은 향기 제일 많은 곳 뜰 한복판이구나
좋은 집에서 채색 꽃 입고 춤추는 중양절
술잔에 사람 얼굴 비춰 맑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