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김도영, 홍은하씨의 피고 변론 모습
윤지선
- 대회 동안 원고와 피고 모두를 변론하셨는데, 어떠셨는지요?
김도영 : 원고와 피고 모두를 변론하는 게 체력적으로는 힘들긴 해요. 그런데 같은 주제로 원고와 피고 모두를 변론하면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았어요. 저희끼리도 원고와 피고 쪽으로 나눠서 서로 방어를 해보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실시간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홍은하 : 제가 원고를 많이 준비했고, 김성준, 김도영 두 학생이 피고를 많이 준비했는데요, 저는 원고에 이입해서 소장을 작성했는데, 저희끼리도 원고, 피고로 나눠서 서로의 논거를 알고 반박해 주는 과정을 거치면서 준비서면을 작성할 때 대진 상대의 서면에 대해서도 매끄러운 논거들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성준 : 한 쪽만 하기보다 두 쪽 다 해보면서 서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어요.
- 이번 대회의 문제 주제는 '외국 투자 자본의 철수와 고용승계'였는데요, 구체적으로 각자 원고와 피고의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쟁점을 삼았나요?
홍은하 : 저는 원고 변론을 할 때, 실제 LCD 사업이 사양 산업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들어서 위장폐업이 아닌 폐업의 사유를 제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김도영 : 원고 측면에서는 사양 산업이라는 경향성을 많이 어필해서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가 되도록 변론하고 싶었고, 피고 측면에서는 노란봉투법 취지에 초점을 맞춰서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사용자 확대, 개별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배척이라든지 그런 부분과 연관 지어 설명하려고 노력했어요.
김성준 : 저는 지배구조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말씀드리려고 노력했고, 고용승계에 대해서는 자회사인 영훈하이테크가 법인격이 부인되는 측면이나, 오성전공으로의 영업 양도와 물량이 오고 간 정황으로 실질적 동일성 측면에서 고용승계가 되어야 하지 않나는 부분을 중점으로 변론했습니다. 또 평조합원까지 손해배상 전부를 청구할 경우 노조 단결력을 약화시키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점을 강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오늘 문제의 모티브가 되었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에서 참관을 오셨어요. 보셨나요?
홍은하 : 지회장님이 끝 쪽에 앉아계셨는데, 괜히 더 못 쳐다보겠더라고요. 관련 사건을 검색하다가 옵티칼 공장에서 해고된 노동자 분이 지역 맘카페에 관련 글을 올리신 걸 보았어요. 그 글을 보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이게 폐업이라고 하지만 노동자는 한순간에 평생직장을 잃어버린 상황이라는 게 와닿게 되더라고요. 저는 계속 원고 측에서 준비를 하다 보니 반대 상황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 글을 보고 노동자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어요. 대회장에 지회장님이 와계신 걸 보고 실제 인물을 확인하니까, 정말로 공장에 불이 나서 돌아가지도 않는 상황에서 자리를 계속 지키면서 자신들의 상황을 알리는 모습을 보면서 '멋지다',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같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김도영 : 저는 피고 쪽을 중심으로 준비하다 보니 지회장님 인터뷰 등 기사를 많이 찾아보면서 논거에 대해 학습하고 공감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데요, 논리정연하게 말씀을 잘 해주셔서 노동자들이 실제로 겪는 문제와 노동법의 법리 적용에 대해 많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실제 당사자를 오늘 뵈니까 기사에서보다 더 고단해 보이셔서 노동자 투쟁이 고단하고 피로하다는 걸 실감했고, 입에 발린 공감이나 하나의 판례가 되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실적인 방안으로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어요.
김성준 : 이번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회사 측이 거대한 자본을 이용해 억압을 하는 것 같다,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평조합원들에게까지 청구하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반론을 하고 주장을 끌어낼지 느낌은 오지만 글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더 어려움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