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경찰서
연합뉴스
시작은 중국 국적 20대 여성의 자수였다. 지난해(2023년) 7월 말, 이 여성은 마약을 끊을 수 있게 도와달라며 영등포경찰서에 필로폰 매매 일당을 제보했다. 탐문 및 잠복을 통해 제보 내용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약 2주만인 8월 11일 약을 판매한 중국인 조직원 2명을 검거하고 필로폰 21g을 압수하는 성과를 올린다.
고무된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총경. 현 대통령비서실 자치행정비서관실 행정관)은 8월 14일 백해룡 형사2과장(경정, 현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팀을 꾸려 집중적으로 수사할 것을 지시한다. 김 서장은 약 한 달 뒤인 9월 20일 "용산에서 사건 내용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언론 브리핑 연기를 지시하지만, 최초 수사 당시에는 이렇게 적극적이었다. 마약 압수 현장에서 경찰서장이 직접 진두지휘 하기도 했다.
중국 총책 검거와 쓰러지는 형사
수사는 순풍을 탔다. 중국 조직을 추적한 수사팀은 8월 18일 마약 유통책을 검거하며 필로폰 541g을 압수했다. 닷새 뒤인 23일 이틀 잠복 끝에 중국 총책 검거에 성공했고, 필로폰 압수량은 단위가 바뀌었다(5.4kg 압수).
중국 총책의 검거는 첫 번째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이 검거로 중국 조직-말레이시아 조직-한국 조직이 연계된 전체 그림을 파악하게 된다. 말레이시아 조직이 국내로 필로폰을 들여오고 한국 조직과 말레이시아 조직이 유통하는 구조였다.
도망치는 중국 총책을 끝까지 쫓아가 검거에 성공한 형사가 당일 집으로 돌아가다 호흡곤란 증세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는 수사팀으로 하여금 전의를 불태우게 하는 계기가 된다. 김찬수 서장은 "내가 어디로 가든 (쓰러진) OOO 형사는 끝까지 챙기겠다"라고 말했다.
9월 5일 수사팀은 말레이시아 조직원 A와 B를 검거한다. 이때부터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나흘 뒤인 9일 A와 B의 주소지로 말레이시아에서 국제화물로 보낸 나무도마 156개가 도착하는데, 이 안에 필로폰 20kg이 숨겨져 있었다. A와 B가 검거됐다는 걸 모른 채, 이 필로폰을 받으러 오겠다고 한국 조직과 중국 조직이 연락해 온다. 또 말레이시아 조직 총책은 무려 필로폰 100kg을 한국으로 보내기 위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도마로 위장해 선적 대기중이라고 연락한다. 일망타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수사팀은 유치장에 있던 A·B와 함께 잠복에 들어간다.
수사팀에 직접 전화한 말레이시아 총책의 비아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