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겸해 센터 선생님들이 준비한 카네이션을 든 이재경 센터장. 이 센터장은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선생님들에 대한 고마움도 끊임없이 전했다.
이재경
- 발달장애인만을 전담하여 돌보는 지역아동센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선 센터장인 나에게도 자폐성 장애가 있는 25살 아들이 있다. 장애가 내 탓이라고 생각하며 장애가 있는 아들을 인정하지 못한 남편과는 결국 이혼을 하고, 친정집에 들어가 살았다. 농사일을 하시는 나이 많으신 어머님은 손주를 돌보는 데 한계가 있으셨고, 학원 강사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모기에 잔뜩 물려 꼬질꼬질한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참 많이 울었다. 돈도 벌어야 하지, 아들도 돌봐야 하지, 그런데 방과후에 아들을 맡길 곳은 없지, 첩첩산중이었다.
고민 끝에 학원보다 퇴근이 빠른 지역아동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게 되었고, 지역아동센터의 시스템이 좋아보였다. 하지만 장애아동은 비장애아동과 어울리지 못했고, 몇 안 되는 장애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은 당연히 빈약했다. 후로 장애아동만 다니는 지역아동센터를 만들어보자는 비전이 생겼다. 장애아동이 마음껏 소리를 질러도 눈치 안 봐도 되는 곳, 자고 싶으면 자고 놀고 싶으면 노는 곳, 부모님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을 꿈꿨고, 6년 전 그 꿈을 이뤘다."
- 6년 동안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며 자리를 잡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
"시작부터 어려웠다. 장소를 구하는 것부터 어려웠는데, 아파트에 지역아동센터를 차리려다가 관리사무소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때 선계약금도 날렸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다른 곳에 센터를 차렸는데, 2년 동안 아무런 지원 없이 자부담으로 견뎌야 했다. 내 월급은 아예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저 사회복지사 선생님들 급여를 제때 드리는 것만 생각했다. 그렇게 이를 악물고 견뎠다.
무엇보다 참고할 만한 모델이 없었다. 우리 지역에는 장애아동만을 받는 센터가 없다. 물어볼 곳이 없어서 그냥 맨 땅에 헤딩만 해댔다. 각자 사정이 있는 부모님들과 상담하는 것도 어려웠고, 아동의 장애 유형에 맞게 케어하는 것도 어려웠다. 남몰래 많이 울었는데, 종종 교회에 나가 기도를 하다가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던 기억도 있다."
- 힘들어도 센터를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코로나 시절 아이들이 학교도 가지 못할 때, 민들레꽃지역아동센터는 꿋꿋하게 아이들을 반겨주었다. 모두가 힘들었지만, 장애가 있는 가정에게는 특히 가혹했던 시절이었다. 그때 우리 센터가 장애가정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구나, 보람을 많이 느꼈다.
장애아동만을 전담하는 센터가 있다 보니 엄마들도 아이들을 마음 편히 보내고, 그렇게 직업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엄마들이 먹던 우울증 약도 줄어들고, 울상이던 얼굴이 웃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참 행복했다. 장애 아들을 둔 선배 엄마로서, 이 일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성장을 보는 것도 뿌듯하다. 자리에 앉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앉아서 한글 공부도 하고, 숫자 공부도 하고. 프로그램 시간에 소리를 지르던 아이가 이름만 부르면 바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 학교보다 센터가 더 좋다고 말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힘을 얻는다."
- 코로나 시절 이야기를 들으니 방학 때는 돌봄 부담이 더 클 것 같다. 가정과 센터의 방학은 어떤가?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거다. 우리 아이들은 집에서 혼자 있지도 못하고, 혼자 밥도 못 먹고, 옷도 제대로 못 입는다. 당연히 가족이 돌봄에 할애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우리 센터는 이런 순간을 위해 존재한다. 가정의 돌봄 부담을 우리가 어느 정도 나눠 지는 것이다.
여름에 지인이 '휴가 다녀오셨냐'고 물으면 나는 '지금이 한창 성수기다.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하고 대답한다. 그만큼 센터 입장에서도 방학이 버겁긴 하다.협소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여러 문제가 찾아온다. 자폐성 아동의 경우,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고 옆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한 명이 소리를 지르거나 울면 옆에 있는 아동도 영향을 받는다. 옆에 친구가 우는 게 듣기 싫다고 꼬집거나 무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학이 되면 가정이나 센터나, 개학이 빨리 다가오길 기다린다."
온갖 어려움에도 반드시 가족여행을 떠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