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중인 케이블·통신 노동자
신동은
법적 요건 충족하는 휴게실 있어도 쓸 수가 없다
노동자들은 통신사 혹은 통신사 소속 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일한다. 2022년 8월 18일부터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가 된 이후, 노동조합은 꾸준히 회사에 휴게공간 설치를 요구하였다. 의무화된 휴게공간 시설 기준은 꽤 구체적이다. 최소 면적은 6㎡,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는 2.1m 이상이며, 위치와 조명, 적정온도와 습도, 조명도 보장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요구에 따라 많은 회사들이 이 기준에 따라 사무실에 휴게실을 설치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잘 만들어 놓아도 실제 이용률이 높지는 않다. 실제로 휴게시설이 필요 없는 것일까? 조합원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이동 중간중간 쉴 공간은 꼭 필요하다. 조합원들이 휴식을 취하러 사무실로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니 이용을 못 하는 것이다.
보통 차에서 쉬려고 하는데, 요즘처럼 비가 너무 많이 오거나 너무 더운 날에는 차 안에 있기가 어렵다. 일부 회사에서는 기름값도 한정적으로 지급하므로 에어컨을 쐬는 것도 아껴야 하고, 주차 공간도 문제가 된다. 너무 추운 날에는 차 문을 닫고 있어도 한기가 올라온다. 결국 가까운 카페나 식당 등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한다. 그러다 보면 커피, 음식 등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다음 업무를 하러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동네마다 휴게 공간 만들면 어떨까
케이블·통신 노동자들이 실제로 휴게공간을 사용할 수 있으려면 동네 단위로 휴게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 국내에 유사한 사례가 있다. 각종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이동 노동자 쉼터' 제도이다. 지자체는 주된 업무가 이동을 통해 이루어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위임·도급계약으로 노무를 제공하고,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개인 사업자 형태의 근로종사자)를 위한 쉼터를 만드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에는 6개소, 경기도 20개소(거점 10개·간이 10개), 부산 3개소 등 많은 지역에서 이러한 노동정책을 운영하고 있으며 예산이나 제도가 잘 정비된 지자체도 많다. 그러나 지자체가 정의한 이동노동자의 범주에는 케이블·통신 노동자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주차 공간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결국 우리 업종 노동자들의 업무 형태에 맞는 휴게시설 확보가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노동자의 안전을 지킬 의무는 사업주에게 있다. 다만 조금 더 유연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통신 3사와 지자체가 제휴하여 동네마다 휴게시설을 공동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어차피 한국의 케이블·통신 노동자는 모두 통신 3사와 유관 단위 노동자뿐이니 터무니없는 요구도 아니다.
어디에서나 신속하고 편리하게 인터넷이 가능한 나라 뒤에는 발로 뛰는 케이블·통신 노동자가 있다. 이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제대로 쉬도록,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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