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청양군 장평면 지천리. 마을 앞을 흐르고 있는 지천의 모습.
이재환
기자는 지난 8일과 9일 이틀 동안, 수소문 끝에 수몰이 예정되거나 혹은 예측되는 일부 마을의 주민들을 만났다. 지천댐이 건설 될 경우, 최상류 마을은 청양군 장평면 지천리이다. 또 댐 바로 앞에 있는 강 하류의 마을 중 하나는 바로 장평면 죽림리 칡목 마을이다. 기자가 이 두 마을에 주목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선 8일 오후 청양군 장평면 지천리를 찾아갔다. 지천리는 계곡과 경관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한 '까치네 유원지' 바로 아래 쪽에 있다. 댐 건설 소식에 지천리로 귀농한 젊은 농민들과 귀향인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천리에서 밤, 콩, 고추 등의 농사를 짓고 있는 주민 A씨는 "15년 전에 처가인 이곳으로 내려 왔다. 장모님을 모시고 살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 마을은 70가구 정도 된다. 이 중 40가구 정도가 수몰이 된다고 하는데 우리 집도 수몰 가능성이 있다. 지천댐 이야기가 나온 뒤로 밤에 잠도 못 자고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축사도 없고 깨끗한 마을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잠도 안온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난 15년간 동네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면서 삶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임대한 농지가 3만2천 평이다. 만약 우리 집이 수몰되면 다른 곳으로 이사해서 이만한 농지를 얻어 농사를 짓기가 어렵다. 귀농해서 이 정도로 자리를 잡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후련하다"라고 말했다.
그의 아내인 B(58세)씨도 "음식 조각 작품을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늦깎이로 대학에 다녔다. 시골에 내려와 남편과 함께 살면서 작품 활동도 하고, 교육활동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마음을 잡지 못하고 붕 떠 있는 느낌이다"라고 거들었다.
A씨 부부의 소개로 마을의 주민들을 더 만날 수 있었다. 지천댐은 지난 1990년, 2001년, 2013년 세 번이나 건설 계획이 발표됐다. 그때마다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지천리 주민 C(70대, 남성)씨는 "도시에서 살다가 8년 전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40년 만에 고향으로 온 것이다. 고향에 뼈를 묻으려고 온 것이다. 집도 새롭게 짓고 지열 보일러 공사까지 마쳤다. 만약 집이 수몰되면 이 나이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서 새집을 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잊을만하면 댐건설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이 벌써 네 번째이다. 이러다가 진짜로 댐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라고 호소했다.
C씨의 아내인 D씨도 "예전에 돌아가신 우리 시아버지도 지천댐 건설을 반대하셨다. 그런데 또다시 댐 건설이야기가 나와서 심란하다"라며 "우리 마을 70여 가구 중 20가구 정도는 귀농·귀촌인들이다. 마을 주민들끼리 사이도 좋다. 하지만 댐 건설 문제를 놓고 찬반으로 여론이 나뉘면 마을 사람들끼리 사이가 나빠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라고 말했다.
지천댐 댐 예정지 바로 앞 마을인 청양군 장평면 죽림리 마을 주민들과는 좀처럼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음 날인 9일 직접 마을회관을 찾았다. 주민들에 따르면 죽림리는 40여 가구 중 15채가 물에 잠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죽림리 마을 이장 김 아무개씨는 "언론에 시달려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우리 마을은 댐 바로 앞 첫 번째 수몰 지역이다. 우리 마을 바로 앞이 댐을 막는 곳이다. 조상 대대로 300년 동안 살아온 생활 터전이다. 선산도 여기에 있다"고 소개했다.
"주민 무시 심각, 우리 입장도 관심가져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