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 7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유성호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다가 좌천된 인물도 있다. 바로 백해룡 경정이다. 백 경정은 246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인 74kg의 마약 밀반입을 적발한 뒤 마약 밀반입과 세관 직원들이 연루된 정황을 발견했고, 이를 밝히려 하자 직속상관인 김찬수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이 "용산에서 지켜보고 있다"며 "세관 연루 내용은 빼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용산을 언급하며 수사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김찬수 전 영등포경찰서장은 현재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실에서 근무하고 있고 관세청은 "용산 대통령실에 협조를 요청한 적도 없고 일체의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마약 밀반입을 적발하고 수사한 백 경정은 지구대장으로 좌천됐다. 단일 마약 적발로는 역대 두 번째 규모의 마약 밀반입을 적발했고 밀반입 과정에서의 수상한 정황을 포착해 엄정하게 수사에 임한 결과였다. 지난해 4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마약 범죄는 반드시 처벌된다는 각오로 강력하게 수사·단속해달라"고 지시한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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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까지 잃은 이도 있다. 지난 8일 김아무개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6월, 권익위가 김건희씨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한 것과 관련해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해 괴롭다'는 취지로 하소연해 왔다고 한다.
8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고인과 자주 연락해왔다는 지인은 <한겨레>에 "지난 6월 27일, 고인이 술자리에서 전화를 걸어와 '권익위 수뇌부에서 김 여사 명품 가방 사건을 종결하도록 밀어붙였다'는 취지로 괴로움을 토로했다. '내 생각은 달랐지만 반대할 수 없었다. 힘들다'고 털어놓았다"고 밝혔다.
영부인의 부적절한 물품 수수와 관련해 '청렴하고 공정한 대한민국, 국민에게 힘이 되는 권익위'라는 일터의 좌우명을 꼿꼿이 지키려 한 인물은 결국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세상을 떠났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