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본관 문 앞에서 식대인상 등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청소노동자들.
2024 청년학생 노학연대 기획단
총장님 면담합시다
대학들은 "다른 대학이 식대를 인상하면 인상하겠다"며 청소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할 책임을 서로 미루고 있다. 7개월째 이어지는 집단교섭 투쟁에 참다 못한 다양한 대학의 청소노동자들이 총장을 만나기 위한 면담투쟁을 전개했다.
이화여자대학교도 청소노동자들이 총장 면담을 요청하자 연세대처럼 학교 본관을 폐쇄했다. 총장을 기다리며 교내 상점 광고 배너 옆에서 피켓을 들었다. 배너에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바닐라/초코 2800원'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한 끼 식대로 2700원을 받는 청소노동자들은 더운 여름 아이스크림조차 사 먹을 수 없다. 터무니없이 적은 식대에 많은 사람이 분노했다. 고려대학교에서도 청소노동자들이 총장에게 면담을 요청하자 본관을 폐쇄했다. 예외는 없었다. 오히려
고려대는 "청소노동자들 때문에 감금당했다"고 112 신고하기도 했다. 경찰도 어이가 없다는 듯 툴툴거리며 돌아갔다는 촌극이 전해지기도 한다.
고려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정치외교학과 학생회, 사회학과·악칠반 학생회 등 7개 학생자치·동아리 단위 단체가 식대인상 투쟁을 지지하며 릴레이 대자보를 게시했다. 고려대 생활도서관 운영위원들은 대자보를 통해 "우리의 청결하고 안전한 학습 환경이 이들에게 빚지고 있듯이, 시설직 노동자들에게 학생들은 자부심이자 희망의 바탕이다. 우리는 이미 서로의 삶에 깊숙이 연루되어 있고, 바로 그 이유로 서로의 삶에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고려대 학생들은 청소경비시설주차노동자의 문제와 학생들의 문제는 연관되어 있다고 선언했지만 고려대는 면담을 거부하고 경찰을 부르며 학생들의 요구조차 묵살한 것이다.
빗자루는 알고 있다... 총장은 모른다
"우리가 이렇게 일하는 건, 빗자루만 알지."
12년 전 연세대 청소노동자의 말이 2000일간의 투쟁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청소노동자들은 출근 시간보다 일찍 나와 일하고 학교 구석 휴게실에서 쉰다. 눈에 띄지 않는 청소노동자들의 그림자 같은 노동을 빗자루는 알고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연세대 청소노동자 투쟁을 다룬 책 <빗자루는 알고 있다>가 나온 지 12년이 지났다. 그동안 빗자루만 알던 일을 이제는 학생들이 알게 됐고, 사람들이 알게 됐다.
정작 총장은 모른다. 모른 척한다. 자신이 밟고 있는 학교 건물의 바닥이 비워진 쓰레기통이 원래부터 그랬던 게 아니라 누군가의 노고였다는 것을 이제는 알 때가 됐다. 연세대, 이화여자대, 고려대와 각 대학들은 지금 당장 청소노동자의 면담 요구에 성실히 임하고, 식대 2만 원 인상하라.
'2024 노학연대 기획단' 성공회대 학생 최보근, 연세대 학생 이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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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노학연대 기획단 소개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인덕대, 성공회대 등 다양한 대학에서 노학연대를 실천하는 학생과 학생단체가 모여 학내외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노학연대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연대체입니다. 앞으로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의 집단교섭 투쟁에 연대하고 다양한 노학연대의 고민을 나누는 기사를 연재 기고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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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 식대 올리기 싫다고 본관 문 걸어 잠근 대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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