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승부리와 양원리 사이의 협곡. 열차는 이런 협곡을 지닌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기사 수정 : 4일 오후 6시 30분]
경북 봉화의 석포, 승부, 분천은 낙동강 최상류 협곡 속 마을들이다. 낙동강 최상류답게 험준한 산과 산 사이를 급류가 흘러가고 그 안쪽에 마을들이 생겨났기에 그런 오지의 특성상 도로 건설이 늦었고 그래서 80년대 말까지 기차가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그 시절 낙동강 협곡 오지 마을을 배경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2021년 9월 개봉한 영화 <기적>을 최근에서야 봤다. 영화는 이곳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때론 안타깝게 펼쳐놓는다. 기차와 기차역을 소재로 한 영화로 한 가정의 비극과 이를 극복하고 피어나는 진한 가족애와 로맨스가 버무려져 있다.
마을 앞에 간이역이 없어 역이 있는 승부리까지 거의 4㎞나 되는 거리를 위험천만하게도 철길로 통근과 통학을 해야 하는 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숙원인 간이역 '양원역'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인데 그 속에 한 가정의 아픔이 진하게 서려 있다.
융통성이라곤 없는 원칙주의자인 아버지 정태윤(이성민 분)이 운행하는 기차를 피하려다 딸 보경(이수경 분)이 철길에서 떨어져 낙동강에 빠져 죽는다. 어머니가 자신을 낳다가 죽자 누나를 어머니처럼 여기며 살던 동생 준경(박정민 분)은 어머니와 누나가 죽은 것을 자신의 탓으로 여기며 자학한다. 역시 두 사람의 죽음을 자신 탓으로 여기며 자학하는 아버지.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와 아들이 화해하는 과정을 감동스럽게 담고 있다.
그 과정에 극중에 수재로 나오는 아들 준경과 그를 좋아하는 같은 반 송라희(윤아 분)의 좌충우돌 코믹 로맨스도 펼쳐져 영화적 재미를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