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김윤 작가
옥천신문
A씨는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하면서 꼬박꼬박 세금 낼 것 다 냈는데, 겨우 300만 원 주고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것인가. 여기 시골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분들은 거의 다 노인들이다. 어떻게 복구하고 살아가라는 것인가"라며 재난지원금 지원 기준과 규모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2023 자연재난조사 및 복구계획수립 편람에 따르면 A씨와 같이 사유시설 중 주택 복구에 대한 지원은 크게 ▲ 주택파손(전파/유실·반파) ▲ 주택침수 ▲ 주택소파 ▲ 세입자보조 등으로 나뉜다.
A씨 사례에 해당하는 주택침수는 '세대 당 300만 원'으로 동일하게 지급된다. 반면 전파와 반파는 평수와 피해규모에 따라 최소 3300만 원에서 최대 1억2000만 원까지 지원되나, 기둥이나 벽체, 지붕 등 주요 구조부가 50% 이상 파손돼 수리 또는 개축하지 않고서는 주택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로 한정한다. 집안 모든 가재도구가 소실되는 침수를 겪어도 일률적으로 300만 원만 지급되는 이유다. 아울러 거주 공간인 주택 외 창고나 마당, 우사 등은 피해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옥천군에 따르면 지난 8~10일 폭우로 주택 침수 신고를 접수한 세대는 총 71세대이나, 행안부 조사 기준 '주택 침수'에 해당돼 재난지원금 신청 대상이 되는 세대는 58세대다. 그런데 이중 57세대가 주택침수, 단 1세대만 반파에 해당했다.
이에 주택 가구가 입은 피해에 견줘 턱없이 낮은 수준의 지원금 규모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주택의 건축 재질이나 평수, 가재도구를 포함한 동산 규모에 따라 피해액과 복구비용이 천차만별임에도 보상금이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데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새로이건축 박병찬 대표는 "도배, 장판 교체하는 데만 200만 원 이상이 들고, 평수에 따라서는 300만 원이 훌쩍 넘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오래된 집일수록 목문을 쓰거나 석고벽인 경우가 많은데, 당장 피해가 드러나진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교체해야 하거나 다시 뜯어내고 수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라고 말했다.
지역 내 한 봉사단체 관계자 C씨도 "과거 태풍 피해로 물이 집에 들어왔는데 그때는 지원금이 200만 원이었다. 도배, 장판을 새로 해야 하는데 그때도 (지원금 부족해서) 재료만 사서 직접 했다. 100만 원이 늘어서 300만 원이 됐는데 이 수준으로는 지금 집을 못 고친다. 특히 고령층일수록 재료를 사서 직접 하기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에 충북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 위원인 박용규 도의원은 "주택 침수 현장에는 무엇 하나 제대로 건지지도 못한 가구들도 있었다. 재난지원금 300만 원으론 부족하다. 정말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됐다고 하지만 실제 지원 규모는 예상치보다 낮고, 실질적으로 수해민 개인에게 크게 도움이 되진 못 한다. 5분 자유발언 등을 통해 수해민에 대한 지원책 확대를 충북도에 요구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덕흠의원실 전상인 보좌관도 "주택 침수 재난지원금 300만 원 가지고는 도배, 장판하는 분들을 부르지도 못한다"라며 "문제로 인지하고 있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풀어 나가야 한다. 문제 해결 방법을 의원실 차원에서도 연구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군, 지정기탁금 활용해 주택 침수 71세대에 100만원씩 추가 지원
이런 가운데 옥천군은 지정기탁금을 활용해 추가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황규철 군수는 "재난지원금 300만 원은 26일부터 지급될 예정이다. 여기에 지정기탁으로 들어온 성금을 활용해 주택 침수 피해를 입은 71세대에 100만 원씩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지급 방법에 대해 조율 중에 있다. 또 행안부에서 실사를 나와 군서면 피해 가구에 LG전자 후원 물품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어떤 가구에 지원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이상기후로 자연 재난의 빈도와 강도 예측이 어려워 피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풍수해보험 가입을 독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풍수해보험은 태풍, 홍수, 호우, 해일, 강풍, 풍랑, 대설, 지진 등으로 발생한 피해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국가 정책보험으로, 민간보험사가 운영하지만 보험료 일부를 국가 및 지자체에서 보조한다.
주택, 비닐하우스(온실), 소상공인 사업장이 가입 대상이고, 가입자는 보험료의 30% 이하만 부담하면 된다. 일례로, 80㎡(약 24평) 규모 주택의 경우 피해액 90% 보장에 해당되는 1년 만기 상품의 자부담금은 1만5000원 수준이다. 나머지 3만5000원가량은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한다.
특히 충북도와 옥천군은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재해취약지역 내 가구에 보험료를 전액 지원하고 있는데, 가입률은 저조한 상황이다. 옥천군에 따르면 풍수해보험료 전액 지원(자부담 0원) 대상에 해당하는 전체 가구 2200여 가구 중 보험 가입 가구는 800여 가구로, 가입률이 36%에 불과하다.
군 안전건설과 자연재난팀 담당자는 "온실(비닐하우스)과 달리 주택은 침수를 겪을 거라고 생각을 잘 안 하신다. 보험이라는 말에 안 좋게 인식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라며 "풍수해보험 가입 독려 홍보를 범정부적 차원이 아니라 지자체에 맡겨두니 홍보가 약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