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마을신문편집회의에 참석한 이정주 기자가 신문 위에 빨간 펜으로 메모를 가득 해놓았다.
김성호
문득 떠올랐다. 사실 4년 전 나는 6년차 기자였다. 기자 수만도 200명을 헤아리는 커다란 언론사였는데, 그럼에도 편집회의는 요식행위라 해도 좋을만한 것이었다. 부서 대표로 이따금씩 들어간 회의에서 기사의 이모저모를 따지는 말은 없다시피 했다. 지면에 들어간 기사가 취재냐 자료냐를 보고하듯 말하면 그에 따라 고과를 매기는 점수가 떨어졌다.
그 뒤로 내가 할 말이란 '(수정할 것도 할 말도) 없습니다' 정도가 고작이었다. 나만이 아니라 대다수가 그러했다. 지면에 결정권을 가진 이는 어차피 소수이고, 말단 기자들은 나 맡은 기사나 제대로 쓰면 될 일이라 여겼다. 부끄럽지만 내가 겪은 매체, 프로들로 가득한 신문사의 편집회의가 그러했다.
정말이지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관저마을신문>은 14년 차 지역 언론이다. 대전 서구 관저동 주민들이 직접 기자가 되어 마을의 기삿거리를 발굴해 취재하고 기사를 써 신문을 발행한다. 취재부터 기사 작성까지 교육을 받았다곤 하지만, 직업기자가 아닌 마을주민이자 봉사자인 이들의 작업이다. 편당 소정의 고료를 받아 취재에 나선다. 그런데 편집회의 참여는 물론, 직접 신문을 배부하기까지 한다.
아파트가 밀집한 관저동 일대를 일일이 발로 뛰며 6000부가 넘는 신문을 배포하는 작업이 만만할리 없다. 모든 매체가 온라인과 영상을 지향하는 시대, 신문과 글로 사람들에게 다가서려는 작업이 특별히 귀하게 다가선다.
매달 16면을 채우는 작업이 만만할 수 없다. 전문 기자가 아닌 이들이 직접 취재에 나서는 건 매순간이 도전이다. 부담은 고스란히 개별 기자가 감당할 몫이다. 나온 기사를 말할 때는 그토록 열성적이던 기자들이 다음호 기사계획을 두고선 숙제 안한 학생으로 변신하였다.
회의를 주관한 김성옥 부편집장의 눈을 피하고 지목된 이는 쑥스런 미소에 변명을 늘어놓는다. 마치 어린 시절 선생님과 학생들을 보는 듯한 풍경이다.
발로 뛰며 6천부 신문 배포까지... 6만여 명 주민에 필요한 마을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