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폭염·일조량 감소 등 3중고에 노린재, 탄저병, 노균병 등이 과수원을 덮쳤다.
옥천신문
포도·복숭아 등 여름철 수확기 농산물에 비상이 걸렸다. 폭우 직후 폭염이 나타난 데다가 일조량이 평년대비 66%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생육장해, 탄저병, 노균병 등 병충해가 연이어 발생해 상품 질 감소 및 가격 하락까지 이어지는 상황. 특히 포도·복숭아의 경우 홍수 출하로 인해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이다보니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옥천군은 지역 내 농가와 소통하며 판로개척, 유통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농민들은 '가혹한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10일 집중호우 피해복구를 마무리하기도 전에 34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탄저병, 노균병, 노린재 등 병충해 피해가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조량까지 줄어들면서 작물이 제대로 자라기 어렵다는 게 농민들의 설명이다. 통상 여름에 장마철이 찾아와도 중간중간 햇빛이 비추는 날도 많았는데, 올해의 경우에는 구름이 끼고 습하고 더운 날씨가 반복됐다는 것.
복숭아 가격은 떨어졌는데, 인건비·자재비·농약값 모두 올랐다
농민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농촌진흥청이 발행한 '2024년 순별 농업기상정보(7월 중순)'에 따르면 2024년 7월 중순(7월 10일~20일) 기온은 25.2℃로 평년보다 0.7℃ 높았고 강수량은 131.4mm로 평년보다 28.4mm 많았다. 반면 일조시간은 31.1시간으로 평년 47.0시간의 6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내면에서 고추, 포도 등의 농사를 짓는 박병은 농민은 "탄저병, 이화명나방, 노균병 등의 병충해가 심하다. 햇빛을 많이 봐야 작물의 활착력도 좋고 건강해지면서 병충해에 강하게 자라는데, 일조량이 적다 보니 병충해에 약할 수밖에 없다"라며 "지역 내 고령화가 되다 보니 농가 차원에서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기후 양상이 달라진 만큼 정부와 지자체에서 병해충 발병 상황을 점검하고 면밀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농민 A씨도 "폭우 이후에 곧바로 폭염이 찾아오다 보니 탄저병, 노린재 등 병충해도 심각해졌다. 복숭아나무를 툭 치면 노린재가 후두둑 떨어진다. 복숭아 하나에 7~8마리가 붙어있기도 한다"며 "비가 많이 오면 복숭아에 영양을 공급하는 잔뿌리가 땅속에서 썩어 버릴 수 있는데, 그러면 나뭇잎이 축 쳐지면서 광합성 작용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한 나무는 그나마 병충해를 버티지만, 약한 나무는 병충해에 취약하다. 30% 정도 수확량 피해를 입었다고 보인다"라며 "10년 전 가격으로 복숭아 가격은 떨어졌는데, 인건비, 자재비, 농약값은 다 올랐다.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토로했다.
홍수 출하로 인한 가격하락까지… 잔인한 여름 맞은 농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