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제비 새끼는 한 달이 채 안 되어 둥지를 떠난다
김예지
그러나 제비는 달랐다. 6월 말, 엄마가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지난 몇 년간 엄마는 집과 관련된 법률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나 역시 이름난 법률사무소를 찾아다니고 조문과 판례를 뒤지며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했지만 결국엔 두 손을 들고 만 문제였다.
이제는 엄마도 저편으로 미뤄두고 거의 포기했던 문제였는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해결이 되었다는 거다.
"제비 집 짓게 두길 잘했제."
엄마는 뜻밖의 경사가 제비 덕분이라고 확신하는 눈치다. 풉, 웃고 말았지만 돌아서서 생각해 보니 그럼직하다. 거주하는 집에 얽힌 복잡한 문제가 없는 편이 제비들의 주거 안정성을 위해서도 아무렴 나았던 걸까? 그나저나 우리 아파트에 둥지 틀어줄 제비는 어디 없나?
신세를 졌다고 생각해선지 엄마의 제비 사랑은 더 극진해졌다. 6월 말, 진드기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진드기에 물려 죽은 사람 얘기가 뉴스에 나오는데도 엄마는 잔디 깔린 마당에 약을 치지 않았다. 독한 냄새가 제비들한테 해로울 것 같다면서.
우리 엄마의 관심과 자기네 부모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고 쑥쑥 자란 제비 새끼들은 한 달이 채 안 되어 둥지를 떠났다. 낳자 곧 이별이라니. 제비는 생각보다 독립이 빠른 새였다.
둥지에 남은 제비 부부는 새 알을 낳아 또 품고 있단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오늘도 제비 부부가 놀랄까 봐 마당에 나가고 싶은 걸 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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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엄마, 좋은 아내, 착한 딸이기 전에
행복한 나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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