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총상을 입은 오른쪽 귀에 붕대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최근 총격을 당한 게 이번 대선에 결정적인 한 장면이 되지 않을까 하는데, 그건 어떻게 보셨어요?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공화당이나 트럼프 진영이 그 사건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대통령 선거 승리를 불러올 수 있는 좋은 소재였다고는 봐요. 그런데 현재 공화당 움직임이나 트럼프 진영의 움직임을 보면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 돼요."
- 왜요?
"총격 테러 자체는 일회성 사건으로 며칠 지나면 잊어버려요. 1912년에도 당시 대통령 후보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총에 맞은 적이 있어요. 이번 사례와 비슷하게 총을 맞고도 살았어요. 그 당시에도 엄청나게 충격적인 사건이었는데 지지율의 변화는 없었어요. 미국에서 총격 테러는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이것 자체가 결정적으로 흐름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다만 총격 테러를 받고 트럼프가 바뀌었다는 스토리를 만들면 총격 테러가 의미 있어요. 총격 테러를 받기 전에 트럼프는 악당이고 저급한 선거를 했고 욕설만 하고 무조건 갈라치기 하는 식의 사람이었는데, 총격을 당하고 나서 통합을 얘기하고 합리적인 토론하는 등으로 상황이 전개되면 총격 테러가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수락 연설할 때만 통합을 이야기했고, 그 다음 날부터 다시 돌아갔어요. 그러면 총격 테러가 그냥 일회성 사건으로 지나갈 뿐입니다."
- 어제(21일) 트럼프 후보가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친하게 지낼 수 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야구 보러 미국에 오라'고 했다던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트럼프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겠죠. 그러나 한 사람이 만날 의사를 표명한다고 해도 그 만남이 확정되는 건 아니에요. 김정은 위원장이 거부하면 회담은 성사되지 않아요.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은 러시아, 중국 등 미국을 반대하는 국가 연대를 만들어서 신냉전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자고 하면 만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럴 것 같지 않아요.
또 하나, 과거 북미 정상회담이나 북미 고위급 회담을 하면 그 뒤에는 언제나 대한민국 정부가 지원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의사를 피력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겠어요? 지금 북한하고 남한은 서로 상대방한테 오물을 던지는 경쟁을 하고 있잖아요. 지금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북미 간의 회담을 주선하겠어요?"
- 미국 대선은 어떻게 전망하세요?
"일반적으로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지만, 저는 50대 50, 또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주당 승리 가능성을 우세하게 보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번 미국 대선은 2020년 선거에 이어 비호감의 선거입니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 위해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혐오하는 후보의 당선 막기 위해 다른 후보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바이든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없지만, 트럼프가 대통령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투표하겠다는 겁니다. 그런 조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서고 새로운 후보가 나서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면 트럼프 지지자들의 충성도가 약해지고 투표 의지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미국 선거는 전체적인 지지율도 중요하지만, 경합 주 상황이 중요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경합 주로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등 7곳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7개 경합 주에서 트럼프가 모두 앞서고 있지만, 지역별 격차를 보면 민주당이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역전이 가능합니다. 후보 교체를 계기로 민주당이 선거 전략을 정확하게 수립하고 추진하면 경합 주에서 역전승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 미국 대선이 100일 조금 넘게 남았는데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현재로서는 민주당의 새로운 대통령 후보로 누가 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일단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가장 유력합니다만, 다른 변수도 있어서 공식적인 지명 절차가 진행되기 전에는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봐야 합니다.
후보를 교체하는 절차도 봐야 합니다. 민주당이 당의 분열을 초래하지 않고 질서 있게 새로운 후보를 선출하는 정치력을 발휘하는지가 관건입니다. 후보가 교체되면 새로운 후보가 지향하는 정책 기조를 관찰하는 것이 그 다음 과제가 될 것입니다. 트럼프 후보와 공화당 진영이 민주당의 후보 교체 상황, 그리고 새로운 후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생각합니다."
- 사실 미 대선에 관심 있는 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잖아요. 어느 후보 당선이 우리에게 득일까요?
"현재로서는 초접전 양상이기 때문에 어느 후보가 승리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어느 쪽이 되든 장단점이 교차합니다. 트럼프 후보가 된다면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것이 확실시돼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명분의 문제이고 액수의 문제는 아닙니다. 따라서 협상을 잘하면 서로가 만족하는 방법을 만들어낼 수 있어서 과도한 걱정은 오히려 손해입니다.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차원에서 대화와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 엘리트들의 전통적인 접근법을 고수하기 때문에 답답한 점도 예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 핵 문제의 경우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일단 해야 하는데 민주당 진영의 경우는 매우 소극적입니다.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인 외교를 통해 확보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 전개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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